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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그리스 아테네)=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김연아에게 올림픽 성화는 특별하다. 첫만남은 열다섯살이었던 2005년 12월 이탈리아 피렌체였다. 김연아는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200m를 뛰었다. 당시 김연아는 주니어 무대를 평정했다. 나가는 주니어그랑프리 시리즈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열린 주니어그랑프리 파이널까지 우승했다. 차세대 피겨 여왕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2009년 12월 캐나다 토론토 인근 해밀턴. 김연아는 다시 성화와 마주했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성화 봉송에 나섰다. 4년전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국내외 40여명의 취재진들이 김연아의 성화봉송을 취재하기 위해 날아왔다. 수많은 교민들과 현지 시민들도 김연아에게 박수를 보냈다. 밴쿠버올림픽 피겨 여왕 등극 1순위 김연아였다. 이미 그랑프리 시리즈 에릭몽파르,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그랑프리파이널에서도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런 그에게 밴쿠버올림픽 성화는 남다른 의미였다. 자신이 출전하는, 동시에 금메달이 유력한 올림픽을 빛낼 불꽃이었다. 200m를 달린 김연아는 "직접 출전하는 올림픽을 앞두고 성화를 봉송하게 돼서 영광이다.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김연아는 다시 한 번 성화와 마주했다. 2012년 1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제1회 동계유스올림픽 개막식이었다.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후 한 시즌을 스킵했던 김연아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유스올림픽 성화 봉송을 부탁받았다. 이미 김연아는 어린 선수들의 꿈과 희망이었다. 최종주자에게 성화를 건네기 직전 개막식장을 한바퀴 도는 역할을 맡았다. 김연아가 성화를 들고 달릴 때마다 관중들은 박수를 치며 영웅을 환영했다. 김연아는 "어린 선수들이 올림픽에 대한 꿈을 키우는데 도움이 돼서 기분 좋다"고 했다.
그로부터 5년. 김연아는 다시 성화와 만난다. 10월 31일 그리스 아테네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 꿈나무로 한 번, 금메달 획득 최대 후보로 한번, 어린 선수들의 영웅으로 성화와 만났던 김연아. 이제는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개최하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밝힐 성화 인수단의 얼굴이자 홍보대사로 성화와 마주한다. 인수식을 하루 앞두고 열린 드레스리허설에 참석했다. 취재진과 만난 김연아는 "평창 올림픽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성화봉송이 시작된다고 한다. 올림픽이 얼마남지 않았다는게 실감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성화 인수단에 함께 하게 돼 기쁘다. 성화봉송을 통해서 올림픽 열기가 더 뜨거워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인수단은 성화 인수 후 곧바로 전세기로 인천으로 향해 11월 1일 오전 11시 인천국제공항에서 성대한 성화 도착 행사를 연다. 내년 1월 개장을 앞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의 첫 손님이 될 예정이다. 김연아가 배달할 성화는 1일부터 평창동계올림픽이 개막하는 내년 2월 9일까지 101일간 쉼 없이 대한민국 전역을 누빈다. 인천에서 출발해 제주, 부산을 거쳐 전국 17개 시·도 136개 지역을 경유한다. 7500명의 주자가 총 2018㎞ 구간을 달린다.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의 슬로건은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