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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국가대표 강화훈련인가.
연맹은 지난달 26일 경영대표팀 신임 코칭스태프를 선임했다. 유운겸 감독(69), 남동호, 하영일, 황혜경 코치가 선임됐다. 현장 지도자들은 "선수들은 줄곧 각자의 소속팀, 전담팀, 클럽에서 훈련해 왔다. 세계선수권을 1개월 앞두고 조정 훈련 등 마무리 단계로 들어갈 타이밍이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자신의 코치를 떠나 선수촌에 입촌하는 것은 경기력에 지장을 초래한다"며 입촌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대표 선발전 일정이 미뤄졌고, 이후 코칭스태프 선임, 용품 후원사 선정 등 모든 과정이 모두 밀렸다. 선수들은 이미 각자의 스케줄에 따라 소속팀과 전담팀에서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박태환, 안세현, 김서영, 이의섭 등 에이스들은 모두 해외 혹은 소속팀에서 '나홀로' 전지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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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과 형평의 문제도 제기된다. 지난해 8월 31일 진천선수촌 내 '몰카' 사건 직후 경영대표팀은 해산됐다. 리우올림픽이 끝난 휴식기이고 전국체전을 준비하는 시기인 만큼 이탈 선수가 많았다. 2~3명의 선수로는 정상적인 훈련이 어렵다고 했었다. 이번에도 달라진 것은 없다. 선수는 여전히 2명이다. 그런데 어쩐 일이지 선수도 없는 강화훈련을 굳이 강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연맹 관계자는 "그때와는 다르다. 지금은 큰 대회를 앞둔 상황이고, 그때는 올림픽이 끝난 상황이었다. 그리고 '몰카' 사건으로 대표팀을 운영하고 유지하기 힘들었다"고 해명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선수도 지도자도 더이상 국가대표 훈련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실력 있고 욕심 있는 선수들이 진천선수촌 입촌을 꺼린다는 것이다. '선수촌에 들어가면 오히려 기록이 퇴보한다'는 설이 파다하다. 선수들은 대표팀도 대표팀 지도자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대표팀 무용론'이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선수촌 중심으로 운영되고, 태극마크를 간절히 꿈꾸는 대부분의 엘리트 스포츠와 다르다. 대다수 수영 지도자들과 선수들은 입촌에 부정적이다. 이번에도 대부분이 입촌을 꺼리고 있다. 향후 대표팀 운영에 있어 깊은 고민과 개선이 필요한 때다. 연맹 관계자 역시 "이번 대표팀 소집은 내년 아시안게임까지 염두에 둔 과도기로 봐주면 좋겠다. 클럽 시스템 중심으로 전환되는 분위기 속에 대표팀 운영의 변화, 개선책을 고민하고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을 앞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영장에선 연일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쇼트코스세계선수권 3관왕' 박태환이 부활을 꿈꾸고, '여자수영의 희망' 안세현, 김서영은 잇달아 한국신기록을 경신하고…, 그래서 우리는 더 미안하고, 더 씁쓸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계수영선수권 파견선수(가나다 순)
[경영]
남자(7명)=김문기(경기고3) 김재윤(한체대3) 박태환(인천시청) 양재훈(대구시청) 양정두(인천시청) 원영준(전남수영연맹) 주재구(국군체육부대)
여자(10명)=김서영(경북도청) 박수진(창덕여고3) 박예린(부산체고2) 박한별(경북도청) 백수연(광주시체육회) 안세현(경남SK텔레콤) 유현지(전라북도체육회) 이의섭(파이크스빌고) 임다솔(아산시청) 최정민(울산광역시청)
[다이빙]
남자(2명)=김영남 우하람(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
여자(4명)=김나미(독도스포츠단다이빙팀) 김수지(울산광역시청) 문나윤(제주특별자치도청) 조은비(인천광역시청)
[싱크로]
여자(3명)= 백서연(정신여고2) 엄지완(연세대3) 이리영(부산체고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