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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롱이 최근 랭킹도 없는 정상은에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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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병' 정상은이 패기 넘치는 플레이로 마롱을 무너뜨렸다. 오른손 셰이크핸더인 정상은은 재중동포(조선족) 출신이다. 2005년 귀화해 동인천고를 거쳐 2009년 삼성생명에 입단했다. 2007년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미국 팔로알토 세계주니어탁구선수권 개인단식 챔피언에 오르며 파란을 일으켰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 은메달에도 힘을 보탰다. 2015년 헝가리오픈 개인단식에서 준우승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성과를 거뒀으나 최근 몇년새 부상으로 슬럼프를 겪었다. ITTF 공인 국제 투어대회에 나서지 않으면서 40~60위를 오르내리던 ITTF 공식 랭킹도 사라졌다. 올시즌 랭킹도 없이 나선 첫 국제대회에서 보란듯이 훨훨 날아올랐다. 주니어 세계챔피언의 저력은 살아 있었다.
ITTF 탁구전문 칼럼니스트 이안 마샬은 이날 마롱과 정상은의 경기를 '최근 2년간 세계 탁구계의 가장 큰 반전'이라고 묘사했다. 6년전 2011년 2월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오픈에서 정상은과 마롱의 맞대결을 언급했다. 21살 정상은은 밀리지 않는 모습으로 풀세트 접전끝에 3대4(5-11, 7-11, 6-11, 11-8, 11-5, 14-12, 9-11)로 패했다. 마샬은 당시 탁구 전문가들이 '얼마 지나면 정상은이 마롱을 잡을 것'이라고 예언한 사실을 떠올리며 '6년 뒤 그 예언이 현실이 됐다'고 썼다.
정상은은 경기후 인터뷰에서 "마롱의 플레이 스타일을 알고 있었고, 나는 편안했다. 오늘은 내게 공격 찬스가 더 많았다. 6년전 패했을 때 속상했지만, 오늘은 내게 운이 따랐다"고 말했다. "운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멘탈적으로 안정적이었다. 지난번엔 3대4로 졌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싸웠다. 오늘 첫 세트를 먼저 따낸 후 마롱이 조금 긴장한다고 느꼈다. 2세트를 잇달아 따낸 후 좀더 긴장한 것같았다. 3세트 잠시 집중력을 잃으면서 흔들렸지만 다음 세트 곧바로 내 경기력을 되찾았다"라고 3대1 승리의 과정을 설명했다.
마롱은 "정상은과 지난 번 맞대결 때도 매우 타이트한 게임을 했다. 첫세트를 진 다음 상황을 잘 컨트롤하지 못했다. 공도 평소 쓰던 공과 달라서 불필요한 에러가 자꾸 나왔다. 3세트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지만 서비스 폴트를 받으면서 영향을 받았다. 상대 정상은이 매우 공격적으로 잘했다. 반면 나는 너무 많은 실수를 범했고 정상은에게 많은 찬스를 내줬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