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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없는' 정상은, '세계1위' 마롱을 어떻게 꺾었나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7-04-14 15:51



"마롱이 최근 랭킹도 없는 정상은에게 졌다."

국제탁구연맹(ITTF) 공식 사이트도 14일(한국시각) 세계랭킹 1위 마롱의 중국 우시아시아선수권 남자단식 32강 탈락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우시의 대이변, 올림픽-세계챔피언이 32강에서 탈락했다'는 타이틀을 달았다. 김택수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탁구대표팀의 정상은(27·삼성생명)이 중국 안방에서 중국이 자랑하는 리우올림픽 챔피언 '세계1위' 마롱을 꺾었다. 첫세트를 11-9로 잡아낸 후 두번째 세트도 11-8로 잡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3세트를 마롱이 11-6으로 따내며 반전을 노렸지만 정상은은 마지막 4세트를 11-6으로 승리하며 세트스코어 3대1, 반전 승리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리우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 2015년 세계선수권 남자단식 우승에 빛나는 마롱의 32강 탈락은 대이변이다. 2011년 이후 지난 6년간 세계랭킹 3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복병' 정상은이 패기 넘치는 플레이로 마롱을 무너뜨렸다. 오른손 셰이크핸더인 정상은은 재중동포(조선족) 출신이다. 2005년 귀화해 동인천고를 거쳐 2009년 삼성생명에 입단했다. 2007년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미국 팔로알토 세계주니어탁구선수권 개인단식 챔피언에 오르며 파란을 일으켰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 은메달에도 힘을 보탰다. 2015년 헝가리오픈 개인단식에서 준우승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성과를 거뒀으나 최근 몇년새 부상으로 슬럼프를 겪었다. ITTF 공인 국제 투어대회에 나서지 않으면서 40~60위를 오르내리던 ITTF 공식 랭킹도 사라졌다. 올시즌 랭킹도 없이 나선 첫 국제대회에서 보란듯이 훨훨 날아올랐다. 주니어 세계챔피언의 저력은 살아 있었다.

ITTF 탁구전문 칼럼니스트 이안 마샬은 이날 마롱과 정상은의 경기를 '최근 2년간 세계 탁구계의 가장 큰 반전'이라고 묘사했다. 6년전 2011년 2월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오픈에서 정상은과 마롱의 맞대결을 언급했다. 21살 정상은은 밀리지 않는 모습으로 풀세트 접전끝에 3대4(5-11, 7-11, 6-11, 11-8, 11-5, 14-12, 9-11)로 패했다. 마샬은 당시 탁구 전문가들이 '얼마 지나면 정상은이 마롱을 잡을 것'이라고 예언한 사실을 떠올리며 '6년 뒤 그 예언이 현실이 됐다'고 썼다.

만리장성 중국 탁구는 난공불락이다. 적수가 없다. 웬만해선 지지 않는다. 그러나 한번 흔들리면 크게 흔들린다. 이기는 데만 익숙하기 때문에 지거나 상대에게 말리는 경우 크게 당황한다. 마롱은 2012년 코리아오픈에서 이상수에게 패한 적이 있다. 이날도 1-2세트를 연거푸 내주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경험 많은 정상은이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공격적인 맞드라이브로 패기 있게 공략했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정상은은 경기후 인터뷰에서 "마롱의 플레이 스타일을 알고 있었고, 나는 편안했다. 오늘은 내게 공격 찬스가 더 많았다. 6년전 패했을 때 속상했지만, 오늘은 내게 운이 따랐다"고 말했다. "운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멘탈적으로 안정적이었다. 지난번엔 3대4로 졌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싸웠다. 오늘 첫 세트를 먼저 따낸 후 마롱이 조금 긴장한다고 느꼈다. 2세트를 잇달아 따낸 후 좀더 긴장한 것같았다. 3세트 잠시 집중력을 잃으면서 흔들렸지만 다음 세트 곧바로 내 경기력을 되찾았다"라고 3대1 승리의 과정을 설명했다.

마롱은 "정상은과 지난 번 맞대결 때도 매우 타이트한 게임을 했다. 첫세트를 진 다음 상황을 잘 컨트롤하지 못했다. 공도 평소 쓰던 공과 달라서 불필요한 에러가 자꾸 나왔다. 3세트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지만 서비스 폴트를 받으면서 영향을 받았다. 상대 정상은이 매우 공격적으로 잘했다. 반면 나는 너무 많은 실수를 범했고 정상은에게 많은 찬스를 내줬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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