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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욱, '두 겹 껍질' 깨고 삼성화재 '반전카드'될까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7-02-08 18:58


삼성화재 이민욱이 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팀이 득점을 올리자 두 팔을 벌리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화재

"공 끝이 참 좋은 세터에요."

세터 이민욱(22)에 대한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의 평가다. 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삼성화재와 우리카드가 격돌했다. 삼성화재가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대2(20-25, 25-21, 25-19, 23-25, 23-21)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5위 삼성화재는 승점 42점을 기록, 3위 우리카드(승점 49)와의 격차를 승점 7점으로 줄이며 '봄 배구' 진출 가능성을 살려냈다.

물고 물렸던 장시간의 혈투, 삼성화재는 승점보다 값진 수확을 했다. 이민욱의 재발견이다.

이민욱은 그간 주전 세터 유광우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다.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벼랑 끝 심정으로 맞은 우리카드전에서 임 감독은 2세트 초반 이민욱을 투입했다. 임 감독은 "유광우가 부상을 해 결정한 교체는 아니었다. 다만 동료 공격수들과의 속도, 박자 등이 어긋나는 모습을 보여 변화를 시도했던 것"이라고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이민욱 투입은 신의 한수였다. 그는 정확하고 빠른 볼 배급으로 삼성화재 공격력을 극대화 했다. 이민욱은 "훈련 때 연습했던 대로 하려고 생각을 했다. 동료 형들이 잘 맞춰줘서 좋은 결과를 얻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팀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한 이민욱. 그는 프로 3년차 세터다. 그러나 코트 위 보다 벤치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유광우의 벽이 높았다. 이민욱은 "(유)광우 형은 V리그 최고의 세터다. 내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전으로 뛸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출전 시간이 적어서 안 좋은 것은 없다. 오히려 기회로 생각하고 선배들의 강점들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욱은 프로 생활을 하기 전부터 '앞' 보다는 '뒤'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학창시절엔 친형 이민규(OK저축은행)의 그림자에 가려졌다. 이민욱은 이민규와 2년 터울로 송림고-경기대에서 함께했다. 어릴 적부터 두각을 나타낸 이민규는 승승장구했다.

형제가 한 팀에 뛰다 보니 자연스레 비교도 많이 됐다. 이민욱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형제가 나란히 배구를 하고 같은 학교를 다녀서 늘 비교가 됐다"면서도 "그런데 솔직히 비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없다. 형이 더 잘 하는 게 사실이고 형을 보며 많이 배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민욱은 1m84로 다소 작은 신장의 소유자다. 하지만 확실한 무기가 있다. 구질이 좋다. 임 감독은 "이민욱의 공 끝엔 힘이 실려있다"고 평가했다.

스승의 칭찬에 이민욱은 손사래를 쳤다. "내 기를 살려주기 위해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다. 나는 아직도 부족함이 많다"며 "빨리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친형과 선배의 그림자에 가려져있던 세터 이민욱. 그가 '두 겹의 껍질'을 깨고 코트에 섰다. 그동안의 오랜 준비기간은 V리그 최고의 세터로 우뚝 서기 위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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