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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끝이 참 좋은 세터에요."
이민욱은 그간 주전 세터 유광우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다.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벼랑 끝 심정으로 맞은 우리카드전에서 임 감독은 2세트 초반 이민욱을 투입했다. 임 감독은 "유광우가 부상을 해 결정한 교체는 아니었다. 다만 동료 공격수들과의 속도, 박자 등이 어긋나는 모습을 보여 변화를 시도했던 것"이라고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이민욱 투입은 신의 한수였다. 그는 정확하고 빠른 볼 배급으로 삼성화재 공격력을 극대화 했다. 이민욱은 "훈련 때 연습했던 대로 하려고 생각을 했다. 동료 형들이 잘 맞춰줘서 좋은 결과를 얻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민욱은 프로 생활을 하기 전부터 '앞' 보다는 '뒤'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학창시절엔 친형 이민규(OK저축은행)의 그림자에 가려졌다. 이민욱은 이민규와 2년 터울로 송림고-경기대에서 함께했다. 어릴 적부터 두각을 나타낸 이민규는 승승장구했다.
형제가 한 팀에 뛰다 보니 자연스레 비교도 많이 됐다. 이민욱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형제가 나란히 배구를 하고 같은 학교를 다녀서 늘 비교가 됐다"면서도 "그런데 솔직히 비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없다. 형이 더 잘 하는 게 사실이고 형을 보며 많이 배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민욱은 1m84로 다소 작은 신장의 소유자다. 하지만 확실한 무기가 있다. 구질이 좋다. 임 감독은 "이민욱의 공 끝엔 힘이 실려있다"고 평가했다.
스승의 칭찬에 이민욱은 손사래를 쳤다. "내 기를 살려주기 위해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다. 나는 아직도 부족함이 많다"며 "빨리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친형과 선배의 그림자에 가려져있던 세터 이민욱. 그가 '두 겹의 껍질'을 깨고 코트에 섰다. 그동안의 오랜 준비기간은 V리그 최고의 세터로 우뚝 서기 위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