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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때문에…' K-스포츠클럽 개명 어떡하나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6-12-27 19:34





대한체육회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후폭풍으로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농단과 각종 이권개입 혐의 등으로 온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K스포츠재단 때문이다.

체육회의 고유사업 중에는 'K-스포츠클럽'이 있다. 학교체육-생활체육-전문체육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생애주기별 스포츠 활동과 우수 선수 발굴 및 선수 출신 지도자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 2013년 출범한 선진국형 사업이다. 2013년 9개 클럽으로 시작한 것이 2020년에는 239개 클럽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성공적인 사업에 속한다. 엘리트와 생활체육가 하나가 된 통합 체육회의 취지에도 부합된다.

한데 문제는 이름이다. 사업 명칭에 'K스포츠'가 들어가는 바람에 K스포츠재단과 연관돼 오해와 혼란이 생겼다. '최순실 게이트' 사건이 본격화된 지난 11월 'K-스포츠클럽'도 도마에 올랐다. 체육회가 지난해 말 해당 사업의 명칭을 '종합형 스포츠클럽'에서 'K-스포츠클럽'으로 변경한 것 때문에 의혹이 불거졌다. 명칭이 바뀐 시기가 때마침 국정농단 배후 세력들이 K스포츠재단 설립을 한창 추진하던 당시였다. K스포츠재단의 사업을 이롭게 할 목적으로 또다른 배후 세력의 입김에 의해 유사한 명칭으로 바꾼 게 아니냐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는 '2014년 국정감사에서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당시 서상기 국민생활체육회장에게 "종합형 스포츠클럽은 일본의 정책을 그대로 가지고 온 것"이라며 명칭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는 데다, 2015년 생활체육회도 명칭 변경을 건의한 데 따른 것일 뿐 K스포츠재단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의혹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체육회에 따르면 통합 전 생활체육회가 명칭 변경안을 심의할 당시 'K-스포츠클럽' 외에도 순우리말로 조합된 후보작이 3∼4개 더 있었다고 한다. 그 가운데 하필 'K-스포츠클럽'으로 채택된 것이다.

체육회는 "사실 큰 의도는 없었다. 한류 열풍을 타고 'K-POP', 'K-드라마' 등 신조어가 유행한 데다 'K'가 코리아(KOREA)를 상징하는 첫 글자여서 자연스럽게 채택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K스포츠재단'이 국민적인 반감을 불러오는 상황이 계속되자 'K-스포츠클럽'의 명칭 변경 여부를 검토키로 했다. 28일 서울 올림픽회관 회의실에서 열리는 스포츠클럽 육성위원회에서 공식 안건으로 다뤄진다.


하지만 정작 명칭 변경 여부를 고려하자니 이 역시 딜레마다. 'K-스포츠클럽' 사업은 K스포츠재단 설립(2016년 1월) 훨씬 이전인 2013년부터 시작한 순수 생활체육 활성화 사업이라 K스포츠재단과 관련이 없는데 명칭을 또 바꾸면 모양새가 이상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명칭 변경과 관련해 여러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K-POP' 등과 맞물려 'K-스포츠클럽'이란 명칭에 대한 홍보가 잘 돼 왔고, 각 지역에서 정착되고 있는 데 굳이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어쨌든 K스포츠재단에 대한 반감이 팽배한 만큼 굳이 비호감 인상을 주는 현재의 명칭을 고집할 필요가 있는가. 이참에 털고 가는 게 낫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고 했다.

체육회는 "아직 명칭 변경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 28일 열리는 스포츠클럽 육성위원회에서 다각도로 심사숙고해 최대한 현명한 방향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체육회 관계자는 "일부 나쁜 사람들이 K스포츠재단을 통해 'K-스포츠클럽' 사업까지 먹잇감으로 노렸을지 모르겠지만 애꿎은 순수 체육인들만 하지도 않아도 될 고민을 하느라 시간과 비용, 힘만 낭비하게 생겼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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