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당장 '뭣이 중한디'?" 두번째 고민은 여기서 시작됐다. '지금 당장'에 초점을 뒀다, 마음이 급했다.
지난해 여학생체육 활성화를 위해 첫 발을 내디뎠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했다. 유관기관, 정계, 학계의 오피니언 리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많은, 좋은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실제적인 변화도 있었다. 여학생 체육활성화를 위한 학교체육진흥법이 개정됐다. 의견도 하나로 모아졌다.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였다.
그래서 '지금 당장 한다'. 대한체육회와 스포츠조선이 함께 한다. 올해부터 전면 실시되는 '자유학기제'를 통해 여중생들과 만난다.
'진정한 건강 미(美)와 꿈(Dream)을 찾는 여학생'이 모토다. 대한체육회와 함께 하는 미드림(美-Dream) 프로젝트, '뛰는 걸(Girl)! 예쁜 걸(Girl)! 멋진 걸(Girl)!'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뛴다.
준비된 여중생들을 위한 마지막 응원이다. 체조요정 손연재, 리우올림픽 2관왕 양궁 장혜진에 이어 '우리 언니' 김연경이 대한민국 여중생들을 응원한다. "뛰는 걸! 예쁜 걸! 멋진 걸! 파이팅!" <편집자주>
|
지난 6월이었다. 태양 볕이 뜨거웠던 날, 진천훈련장을 찾았다.
가는 길이 한적했다. 외진 시골마을을 가는 듯 했다. 도착한 훈련장 역시, 아직은 북적되지 않았다. 간간이 웃통을 벗고 뛰는 선수들이 눈에 띄었다. 이상한 상상(?)은 하지 말자. 근육이 보기 좋은 남자들이다. 찌는 더위에 아스팔트 도로 위로는 아지랑이가 피는 듯 했다.
김연경을 만나러 가는 길. '물어 물어' 체육관을 찾았다. 방송국 취재진이 이미 '진'을 치고 있었다. 같은 목적이었다. 김연경을 만나러 왔단다.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김연경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훈련을 마친 '그녀'를 만났다. 올림픽 메달에 대한 꿈이 간절했다. "리우만 보고 열심히 달리고 있어요. 금색이면 좋은데 무슨 색이든 상관없이 메달을 따고 싶어요. 그 것까지 해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은데"라고 했다. 올림픽, 메달, 그리고 또 올림픽. 이야기가 돌고 돌았다. 머릿속이 온통 '올림픽 메달'로 꽉 차있는 듯 보였다.
인터뷰 중간, 화제를 '여학생 체육'으로 돌렸다. 이야기가 나오자 마자 "야, 정말 필요한 건데요. 뭘 도와드리면 되요"라며 반색했다.
우선 '뻔한' 질문부터 시작했다. "왜 배구를 하게 됐나요." 하도 많이 받아본 질문인가 보다. '줄줄' 나온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어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좋았어요. 놀이처럼 즐겼죠." 그래서 결론은. "언니가 배구를 했는데 따라서 체육관을 왔다갔다 했어요. 그러다 하게 됐죠."
그렇게 배구공을 잡았다. 하지만 주전 자리를 꿰차기가 쉽지 않았다. 당시 키가 1m60도 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올 일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나온 두번째 '뻔한' 질문. "선택에 후회는 없나요." 물어보나 마나였다. "당연하죠. 절대 후회없어요." 그러면서 운동의 좋은 점을 '역설'한다. "공부할 때에 정신력과 체력이 더욱 필요해요. 기본 체력이 돼야 집중력도 생기고 공부를 더 잘할 수 있죠." '국민 언니'의 조언이다.
헤어지면서 여중생 후배들을 위한 응원메시지를 부탁했다. "여러분, 운동을 통해, 흘리는 땀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세요. 그리고 꼭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세요. 언니도 올림픽에서 꼭 꿈을 이룰게요." 그렇게 응원하고, 약속을 했다.
|
|
|
|
사복차림으로 나타난 김연경은 눈길을 확 끌었다. 늘씬한 키의 '국민 언니'는 활짝 웃었다. 하지만 수척해진 얼굴에서 다시 한번 올림픽의 진한 아쉬움이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훈련도, 고생도 많이 했는데 원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아 속상해요"라며 입을 열었다.
우리는 또 다른 도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리우에서의 에피소드도 나누었다. 그리고 2020년 도쿄올림픽 대목에서 '합의'를 봤다. "뛸거예요?" "기회가 되면 가고 싶어요. 올림픽 메달을 진짜 갖고 싶거든요." 단, 조건을 달았다. "제가 그 때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해요."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골프 여제' 박인비에 대한 부러움도 어쩔 수 없었다. "시상식대 맨 꼭대기에 선 박인비 선수가 너무 부러웠어요. 나도 올림픽 메달을 따려면 배구 대신 비치발리볼로 전환해야 할까하는 재미있는 상상을 잠깐 했었죠"라며 웃었다. 둘은 동갑내기다.
다시 찾아온 '헤어짐'의 시간. '국민 언니'는 여중생 후배들을 잊지 않았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 조금은 쑥스러운 듯, 그래도 다시 한번 힘차게 응원을 보냈다.
"올림픽이 아쉽게 끝났지만 저의 꿈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도 많이 응원해주세요. 땀흘린 여러분의 꿈을 저도 힘차게 응원할게요. 뛰는 걸! 예쁜 걸! 멋진 걸! 파이팅!"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