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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태권도 대표 차동민 선수가 20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에서 열린 2016리우올림픽 태권도 남자 +80kg급 패자부활전에서 카자흐스탄 루슬란 자파로프에게 돌려차기 공격을 하고 있다./2016.8.20/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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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 나선 태권도 대표팀의 목표는 명확했다.
런던의 수모를 씻는 것이었다.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태권도는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에 그쳤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최악의 성적이었다. 절치부심한 대표팀은 역대 최다인 다섯명의 선수를 출전시켰다. 그 어느때보다 철저한 준비로 설욕을 다짐했다. 전자호구에 대한 적응도 완벽히 마쳤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전지훈련을 마친 대표팀은 최소 2개 이상의 금메달을 목표로 삼았다.
대회 도중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재미있는 태권도였다. 태권도는 공정한 대회를 위해 전자호구를 도입했다. 이번 리우올림픽에는 헤드기어에도 전자센서를 장착했다. 이것이 독이 됐다. 선수들이 호쾌한 가격 대신 점수를 위한 갖다대기에 급급했다. 점수차가 벌어진 뒤에는 지키기에 열중했다. '재미없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김소희(22·한국가스공사)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재미없는 태권도를 했다'는 어이없는 비난에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일단 객관적 성적표는 만족스럽다. 5명의 선수가 모두 메달을 목에 걸었다. '맏형' 차동민(30·한국가스공사)이 유종의 미를 거뒀다. 차동민은 21일(이하 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드미트리 쇼킨(우즈베키스탄)과의 2016년 리우올림픽 태권도 남자 80kg이상급 3~4위전에서 3-3으로 비긴 뒤 골든 포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날 경기는 차동민의 은퇴경기라 더욱 뜻깊었다.
한국은 태권도가 펼쳐진 첫 날인 18일 여자 49㎏급 김소희와 남자 58㎏급의 김태훈(동아대)이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둘째 날 기대를 모았던 남자 68㎏급의 이대훈(24·한국가스공사)이 동메달에 머물며 주춤했다. 하지만 이대훈은 8강전 패배 뒤 승자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요르단)의 손을 들어주는 등 진심 어린 축하를 보내며 많은 화제를 낳았다. 20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여자 67㎏급 오혜리(춘천시청)가 금메달을 수확하며 기세를 올렸다. 한국 태권도 역사상 최고령 금메달이었다. 마지막 날 차동민이 동메달로 마무리하며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재미있는 태권도'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았다. 당사자들은 답답해 했다. 오혜리는 "태권도가 재미없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솔직히 경기하는 데 신경이 많이 쓰였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대훈도 "경기의 재미 유무 때문에 선수들이 질타 받는 상황이 아쉽다"고 했다. 특히 재미와 성적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었다. 차동민은 "비디오를 보고 상대 특성에 맞춰서 전략을 세운다. 남들이 보기에 재미없는 경기를 해야 이길 수 있는 상황도 있다. 선수들이 성적과 재미 사이에서 혼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선수들은 이 같은 여론을 의식, 적극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애썼다. 차동민은 "대훈이가 그런 식으로 경기 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고 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반전되지 않았다. 선수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는 태권도의 라이벌이 될 수 있는 가라데가 새롭게 가세한다. 더 재미있지 않으면 태권도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제도적 보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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