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2관왕은 단 한 순간도 쉬지 않았다.
궁금했던 이 남자의 진짜 속내가 듣고 싶었다. '깜짝 스타' 구본찬의 못다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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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이었던 구본찬의 인생이 정말 '아름다워'졌다. 구본찬은 "아직 실감은 안난다"고 했지만 그가 사는 경주에서는 이미 유명인이다. 구본찬은 "지금 고등학교에 플래카드가 걸렸다고 한다. 엄마가 '카퍼레이드 준비할까' 그러신다. 그래서 '딴거 다 할테니까 카퍼레이드만은 죽어도 안하겠다'고 했다"고 했다. 양궁 처음 시작할때 "너처럼 까부는 아이는 일주일만에 그만둘 것"이라고 말한 어머니께 금메달로 시위를 하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자는 '우리 아들 잘했다. 맛있는거 먹자'는 어머니의 문자였다.
구본찬은 버킷리스트를 꺼냈다. "기회가 되면 시구도 하고 싶다. 우리 팀 셋이서. 내가 던지고, 받고, 치는 것까지 하면 재밌겠다. 예능은 생각 안해봤지만 '정글의 법칙'을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간 대결로 하면 인기를 끌지 않을까 싶다." 금메달이 준 가장 큰 선물은 군면제다. 공교롭게도 그의 여자친구는 '군인'이다. 구본찬은 "여자친구 동료들이 '남자친구 군대 면제돼서 좋겠다'고 하자, 여자친구가 '대신 내가 하고 있잖아'라고 받아쳤다고 하더라"고 했다. 버스가 또 한번 뒤집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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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코칭스태프…, 구본찬을 만든 고마운 사람들
긍정적인 그에게도 힘든 순간이 있었다. 2014년 태릉선수촌에 들어갔을때다. 구본찬은 "선수 생활하고 제일 하고 싶었던게 태릉선수촌 밥을 먹는거였다. 지금도 너무 맛있다. 매일이 생일 잔칫상이다. 그런데 밥이 전부가 아니었다. 대표팀 생활이 쉽지 않았다. 눈치도 보이고, 해야할 일도 많았다"고 했다. 그때 구본찬을 도와준 것이 김우진(24·청주시청)이었다. 구본찬은 "우진이가 일찍 대표팀에 들어왔다. 자기도 (처음에) 힘들었다며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참 고마웠다"고 했다. 그 뒤로 둘은 단짝이 됐다. 구본찬은 "내가 실업팀에 들어간지 1년 밖에 안됐다. 그 전에 학생 때 무슨 돈이 있나. 우진이가 먹여주고, 재워주고, 차로 태워주기까지 했다"고 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김우진이 "기브앤테이크다. 이젠 내가 얻어먹을 차례"라며 웃었다.
'막내' 이승윤(21·코오롱엑스텐보이즈)까지 가세한 남자팀은 환상의 하모니를 자랑했다. 구본찬은 "승윤이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나와 우진이가 어지럽힌 것을 조용히 정리한다. 술 먹을때도 비틀거리는 나를 꼭 승윤이가 챙긴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셋이 참 달랐다. 그래서 더 잘 맞았다. 함께 팀을 이룬 후 사소한 말다툼 한번 없었다. 이승윤이 "이 멤버로 도쿄올림픽까지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셋이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구본찬과 동료들의 아름다운 동행을 병풍 처럼 묵묵히 지켜준 것은 코칭스태프였다. 특히 경기 중 박채순 감독의 큰 목소리는 화제가 됐다. 구본찬은 "감독님이라고 왜 안 창피하겠나. 외국애들도 웃는데. 하지만 감독님은 '내가 대신 소리지를테니 너희 것만 해'라고 하셨다. 분위기 전환용이자 기싸움용이었다. 대신 싸워주는 감독님 덕분에 편하게 할 수 있었다"고 감사해했다.
도쿄, 또 한번의 도전
구본찬은 "뒷풀이를 아직 제대로 못했다. 선생님들 빼고 선수들끼리만 따로 1차 소주 먹고, 2차 노래방 가고 싶다"고 했다. 이내 양궁 이야기가 나오자 표정이 바뀌었다. 리우올림픽은 끝났지만 다시 숨막히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당장 9월부터 국내대회와 전국체전이 이어진다. 고통스러운 선발전도 또다시 시작된다. 2관왕이라고 예외는 없다. 언제나 긍정적인 구본찬도 "사실 금메달을 따고 나서야 좋았지 전날까지 고통의 연속이었다. 준비하는 과정, 부담감 모든게 힘들었다"고 했다.
그래도 포기는 없다. 이번에도 결과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서 얻은 결과였다. 도쿄올림픽까지도 그렇게 가보려고 한다. "한국 양궁이 워낙 세서 내가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하루하루 앞만 보고 달려가겠다." 그래, 그게 가장 구본찬 스러운 방법이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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