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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양궁 사상 첫 싹쓸이 金, '회장님'이 있었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6-08-16 01:50


양궁대표팀 선수들이 12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삼보드로무 양궁장에서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을 헹가레하고 있다./2016.8.12/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M

단 한 번도 이루지 못한 미지의 세계였다.

한 발만 빗나가도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상 첫 올림픽 '싹쓸이 금빛 과녁'이 활짝 열렸다. 남자 단체전에서 시작된 금 사냥은 여자 단체전을 거쳐 개인전으로 이어졌다. '언니' 장혜진(29·LH)이 2관왕을 달성하며 신궁계보를 이었다. 구본찬(23·현대제철)이 피날레를 장식했다. 한국 남자 양궁 사상 첫 올림픽 2관왕의 주인공이었다.

한국 양궁이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정점을 찍었다. 세계를 평정한 그들의 소감에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회장님'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은 현대가와 '한쌍'이다. 2대째, 32년간 후원의 손길을 이어지고 있다. 인연의 시작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었다.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하면서 대대적인 지원이 시작됐다. 20년 후 변화가 있었다. 2005년 아들 정의선 부회장이 협회장에 선임됐다. 초록은 동색이었다. 지속적인 투자는 '싹쓸이 금 사냥'으로 열매를 맺었다.


12일 오후(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삼보드로무에서 열린 남자 양궁 개인전에서 구본찬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구본찬이 정의선 양궁협회장에게 금메달을 걸어주고 있다./2016.8.12/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D
구본찬은 결승전을 앞두고 정 회장을 찾았다. "이판사판이니까 한번 해보자고 격려해 주셨다." 금메달로 화답했다. 구본찬은 정 회장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주며 감사해 했다. 예선전에서 이번 대회 1호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김우진(24·청주시청)은 32강전에서 충격적으로 탈락했다. "회장님이 오면 큰 힘이 된다. 지원 뿐만 이니라 정신적으로 챙겨준다. 평소에도 카톡도 보내주고 신경을 많이 써준다. 32강전 탈락 후 찾아오셔서 이렇게 얘기해 주셨다. '네가 많이 충격 받은 줄 알았는데 괜찮은 것을 보니까 도쿄에서도 잘할 것 같다.' 엄청 큰 힘이 됐다." 김우진은 4년 후 도쿄올림픽을 기약했다.

'양궁 르네상스'의 보이지 않는 힘은 '회장님'이었다. 한국 양궁의 사상 첫 올림픽 전 종목 석권 신화의 뒤에는 정 회장이 있었다. 체계적인 선수 육성 및 관리, 투명한 대표 선수 선발은 기본이다. 첨단 장비 개발은 물론 사기 진작을 위해서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러한 노력이 30년 넘게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한국 양궁은 어느 팀도 넘볼 수 없는 지존이 됐다.


양궁대표팀 장혜진 선수가 11일 (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삼보드로무 양궁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뒤 정의선 양궁협회장의 축하를 받고 있다./2016.8.11/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J
이번 대회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경기가 열린 리우 삼보드로무 근처에 별도의 휴식공간을 마련했다. 리우의 치안과 교통이 열악하다는 보고를 받은 정 회장이 현대자동차 브라질법인을 통해 리무진 버스와 컨테이너 박스를 활용해 호텔 수준의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응접실과 조리시설까지 갖춘 이 공간은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발품도 팔았다. 정 회장은 2일 직접 브라질로 날아와 대표팀의 경기를 모두 지켜봤다. 협회 관계자는 "다른 종목은 회장님이 오면 싫어하는데 우리 선수들은 좋아한다. 세심한 관리로 선수들의 분위기를 올려주신다"고 귀띔했다. 태극기가 휘날리며, 애국가가 4차례 울려퍼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선수와 코치진은 '4관왕' 직후 정 회장을 헹가래 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정 회장도 리우가 특별했다. 그는 "감개무량하다. 4관왕을 꼭 한번 해봤으면 했지만 그걸 선수들에게 강조할 수는 없었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꼭 해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달려온 데 대해 너무 고맙다"며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 협회도 그렇고, 선대 회장님들이 잘 만들어 놓으신게 꽃을 피웠다. 앞으로 더 잘해야 할 것 같다"고 크게 기뻐했다.


효자 종목 중에서도 양궁은 단연 으뜸이다. 하지만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메이저대회 때만 반짝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 여백을 '회장님'이 채웠다. 한국 양궁의 힘이었다.

한편, 싹쓸이 금 사냥으로 '통 큰 보상'도 기다리고 있다.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수확한 4년 전 런던 대회에선 16억원이 지급됐다. 사상 첫 4관왕으로 최초의 역사를 쓴 이번 대회의 포상금은 2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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