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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인 볼트(30·자메이카)가 역사를 새로 썼다.
육상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운 '살아있는 전설' 볼트. 그는 1m96의 장신이다. 얼핏 생각하면 단거리에 최적화된 신체를 지닌듯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단거리를 뛰기엔 지나치게 크다는 평가다. 단거리 주파에 가장 적합한 신장은 1m70 중후반. 공기의 저항도 덜 받을 뿐더러 보폭도 적당하다는 것이 이유다. 더욱이 볼트는 신체적 결함까지 갖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척추 측만증을 앓았다. 허리를 곧게 펴기 힘들 정도였다.
자신만의 해결책을 마련했다. 상체를 더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동시에 보폭을 극대화시켰다. 2m04. 볼트가 트랙 위에서 딛는 평균 보폭이다. 볼트는 특유의 '캥거루 주법'으로 이날 100m 결승선을 단 41~42걸음만에 주파했다. 다른 선수들과 얼마나 큰 차이가 날까. 9초89로 2위에 머문 저스틴 게이틀린(34·미국)은 44~45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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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세계 최정상에 우뚝 선 볼트. 끝이 아니다. 또 다른 역사를 준비하고 있다. 3회 대회 연속 3관왕이다. 볼트는 남자 200m와 400m 계주를 남겨두고 있다. 만약 두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올림픽 3회 연속 3관왕이다. 역시 최초 기록이다. 가능성이 높다. 200m는 볼트가 제일 좋아하는 종목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19초30으로, 2012년 런던올림픽서는 19초32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현재 볼트의 컨디션이라면 무난히 200m도 제패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나 더. 만약 볼트가 3회 연속 3관왕을 달성하면 역대 올림픽 육상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도 세운다. 기존 최고기록은 1920년대 장거리 선수 파보 누르미(핀란드)와 미국 육상 전설 칼 루이스다. 둘은 금메달 9개를 목에 걸었다. 볼트는 지금까지 금메달 7개를 획득했다. 다가올 200m와 400m 계주에서 우승하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세계를 뜨겁게 달군 볼트의 역주가 이제 막 또 다른 레이스의 막을 열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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