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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역전극'박상영, 母도 몰랐던 '투사의 근성'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6-08-10 23:56


남자펜싱 박상영이 9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3경기장에서 열린 펜싱 남자 에페 결승전에서 제자 임레(헝가리)를 상대로 승리했다. 시상식대위의 박상영. 2016.8.9/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D

"저도 그런 모습이 있었는지 꿈에도 몰랐다니까요."

10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리오카 아레나3. 박상영(21·한국체대)이 펜싱 남자 에페 결승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짜릿한 역전 활극이었다. 패색이 짙었다. 10-14. 동시공격이 허용되는 에페에서 단 1점만 내주면 새드엔딩이 됐을 위기 상황. 벤치도, 중계석도, 시청자도 마음 속으로는 모두 포기했다. 그러나 단 한 사람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피스트에 선 박상영이었다. 그는 그 순간 가슴에 달린 태극기를 생각했다. 한 발 더 뻗었다. 전진 또 전진. 공격 다시 공격. 그렇게 47초가 지난 뒤 전광판 스코어에 새겨진 15-14.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불굴의 집념이 지구 반대편까지 느껴졌다.

그런데 의외였다. 마스크를 벗고 활짝 미소 짓는 청년 박상영의 얼굴. 너무나도 순하고 부드러운 인상이다. 도대체 어디에서 그런 승부사 기질이 뿜어져 나온 것일까. "상영이는 굉장히 긍정적이고 멘탈이 강하다. 절대 무너지는 법이 없다." 모친 최명선 씨는 10일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박상영의 '강철 멘탈'이 발휘됐다. TV중계만으로도 어머니는 알 수 있었다. "3피리어드 시작 전 의자에 앉아서 상영이가 '할 수 있다'고 혼잣말 하는 걸 봤어요. 같이 경기 보는 분들이 옆에서 은메달도 좋다고 할 때 나는 믿음이 있었죠. 이상하게 뒤집을 것 같았어요."

무한 긍정 에너지와 포기를 모르는 불굴의 의지. 모친 최 씨가 생각하는 박상영의 역전극 비결이었다.

그런데 최 씨조차 몰랐던 사실이 하나 있었다. 순박한 외모의 '바른생활 청년' 박상영. 그런데 알고보니 어린 시절 골목 대장이었다. 속칭 '짱'이었단다. 하지만 '일진'같은 나쁜 주먹은 아니었다. 단지 자신보다 체격이 크고 힘이 센 상대를 만나도 물러서지 않고 맞서는 '깡'이 ?오 뿐이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권상우쯤 떠올리면 되겠다. 최 씨는 "얼마 전 상영이 친 형이랑 친구들이 말 해줘서 알게 됐다. 초등학교, 중학교 다닐 때 상영이가 '싸움 짱'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상영이는 진짜 바르고 착한 아이다. 그런 모습이 있었는지 꿈에도 몰랐다."

아들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어머니. 적잖이 놀랐던 모양이다. "묵묵히 운동하고 착실한 아들인데 어렸을 때 그런 모습이 있었다니…"라면서도 "(상영이가)힘을 나쁜 데 안 쓰고 바르게 자라줘서 고맙다"고 했다. 어머니의 마음이다.


펜싱은 상대를 검으로 찌르는 스포츠다. 하지만 에페의 원형은 유럽 귀족 간 사생결단 결투다. 적을 찔러 쓰러뜨려야 내가 이기는 냉정한 승부. 아무리 기술과 체력이 뛰어난 검객도 더 강한 상대를 만나면 위축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박상영은 그런 게 없다. 속된 말로 '쫄지 않는다'. 상대가 강할 수록 더 피 끓는 투사의 기질이 있다. 어머니 최 씨도 몰랐던 것. 바로 이 승부근성이었다.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로 최정상에 오른 박상영. 그의 심장엔 뜨거운 투사의 피가 함께 흐르고 있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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