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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땀의 가치' 정영식의 뜨거운 눈물, 감동을 선물했다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6-08-09 18:26


8일 오후(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탁구 단식에 출전한 정영식이 세계 1위 중국 마롱과 경기를 펼쳤다. 정영식은 2-4로 패했다. 경기가 끝난 뒤 정영식이 눈물을 닦고있다./2016.8.8/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D

정영식(24·미래에셋)과 마롱(28·중국)의 2016년 리우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16강전이 열린 9일(이하 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리우센트로 파빌리온3.

승패가 걸린 마지막 랠리였다. 승리까지 단 1점만을 남겨둔 마롱은 경기를 마무리하려는 듯 온 힘을 실어 강타를 날렸다. 녹색테이블 건너편에 있던 '신예' 정영식은 상대의 공격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오른손 끝에 힘을 줘 라켓을 꽉 쥐었다. 휭~. 그러나 정영식의 마음과 달리 마롱의 공은 눈 깜빡할 사이에 스쳐 지나갔다. 정영식은 있는 힘껏 스윙했지만 공은 이미 바닥으로 떨어진 뒤였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정영식은 세계최강 마롱을 상대로 끈질기게 따라붙었지만 세트스코어 2대4로 패했다. 어린 시절부터 마음 깊은 곳에 소중하게 품어온 개인전 금메달의 꿈도 접어야 했다. 어금니를 깨물고 눈물을 참으려 했지만, 참으려 할수록 더 굵게 뭉쳐진 눈물이 쉴 새 없이 바닥을 적셨다. 믿고 싶지 않은 현실 앞에 정영식은 한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못했다. 치열했던 승부만큼이나 망연한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16강 탈락. 정영식에게는 결과만 놓고 볼 수 없는 숨은 사연이 있다. 노력하는 자가 천재를 이길 수 있다는 점을 온 몸으로 입증해낸 선수다.

사실 정영식은 탁구 천재는 아니었다. 느낌표보다 물음표가 먼저 붙는 선수였다. 청소년대표팀 시절에도 단체전에서 벤치를 지키는 후보 선수일 뿐이었다. 실업팀 입단 동기 중에서도 가장 발전속도가 느렸다. 일각에서는 경기 스타일이 투박하고 파워가 약하다며 '국내용 선수'라는 혹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영식에게는 남들에게는 없는 아주 특별한 재능이 있었다. 노력할 수 있는 체력과 포기하지 않을 용기였다. 정영식은 동료보다 많은 하루 6시간의 강도 높은 훈련을 묵묵히 이겨냈다. 숙소로 돌아간 뒤에는 경기 영상을 돌려보며 장단점 파악에 몰두했다. 스승 김택수 감독이 정영식을 두고 "노력으로 재능을 만들었다"는 칭찬을 했을 정도다.

노력은 배신이 없었다. 결과는 달콤했다. 정영식은 지난해 6월 호주오픈 탁구 단식에서 처음으로 정상에 섰다. 기세를 올린 정영식은 한 달 뒤 코리아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선배 주세혁을 누르고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30위권을 맴돌던 세계랭킹은 수직 상승해 10위권까지 치고 올라갔다. 비록 생애 첫 번째 올림픽에서 마롱의 벽에 막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지만, 정영식이 몸으로 입증해낸 땀의 가치는 보통 사람에게 희망을 던졌다.

스물넷 청년 정영식의 도전은 끝이 아니다. 눈물을 딛고 다시 일어나 새로운 개척에 나선다. 13일 오전 7시30분 시작하는 남자 탁구 단체전에 이상수 주세혁과 함께 출전한다. 정영식은 스승 김 감독의 응원 문자에 "명심하겠다"는 짧지만 강한 말로 각오를 다졌다. 꿈을 향한 정영식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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