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지 않았다.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쳤던 대회다. 예선전에서는 세계신기록을 쐈고, 단체전에서는 금메달의 주역이 됐다. 조금만 더 한다면 2관왕을 손에 쥘 수 있을 것 같았다. 방심은 없었다. "호랑이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고 다짐 또 다짐했다.
그래서 더 충격적인 패배였다. 예선 33위 리아우 에가 아가타(인도네시아)에게 무너졌다. 김우진은 9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의 삼보드로무에서 열린 2016년 리우올림픽 남자 개인전 본선 32강전에서 세트점수 2대6(29-27, 27-28, 24-27, 27-28)으로 패했다. 운까지 따르지 않았다. 리아우의 마지막 슛이 7점에서 8점으로 정정되며 마지막 기회까지 날렸다.
김우진은 망연자실했다. "모든게 내 탓"이라며 믹스트존을 벗어났다. 라커룸에 들어온 김우진을 문형철 총감독이 반겼다. "마음껏 울어라." 동료들을 향해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 김우진은 그제서야 눈물을 보였다.
한바탕 눈물을 흘리니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면 된다. 자책할 필요없다. 넌 이미 금메달리스트다'는 장영설 양궁협회 전무의 문자 메시지에 이렇게 답했다. '네, 이제 밝은 표정으로 다닐께요. 동료들 응원 많이 하겠습니다.'
이승윤 구본찬은 김우진의 탈락에 안타까워하면서도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문 총감독은 김우진의 탈락이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 했다. 문 총감독은 "단체전 금메달 이후 다 잊자고 했지만 들뜬 마음을 그렇게 빨리 잡기란 쉽지 않다. 우진이의 탈락은 팀을 위해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장 전무도 "한 팀이지만 결국 라이벌이다. 개인전 금메달은 하나 뿐이다. 다른 선수들이 각성하는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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