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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의 센터서클]'이상'한 K리그, '이상'해서 더 흥미롭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6-07-04 18:10


인천 유나이티드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2016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 경기가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렸다. 인천이 후반 종료직전 터진 김대중(15번)이 역전골로 2대1로 승리했다. 팬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인천 선수단의 모습.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7.03/

후반 인저리타임은 5분이었다. 수원 삼성이 1-0으로 리드하고 있었다. 울산 현대는 패색이 짙었다. 팬들이 발길을 돌리는 순간 거짓말같은 일이 일어났다. 5분 만에 동점, 역전골이 잇달아 터지며 순식간에 전세가 뒤집혔다. 후반 47분 이재성에 이어 49분 멘디가 연속골을 작렬시켰다. 2일 울산발 극장쇼였다. 울산 팬들의 광적인 환호와 수원 소녀팬의 눈물에 K리그도 웃고, 울었다.

하루 뒤인 3일, 인천에서도 극적인 드라마가 연출됐다. '0의 균형'이 깨진 것은 후반 40분이었다. 제주가 골문을 열어젖혔다. 이쯤되면 희비는 사실상 엇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인천은 후반 44분 송시우가 동점골을 터트리며 기사회생했다. 4분의 인저리타임이 주어진 후반 48분, 거짓말같은 역전골이 터졌다. 김대중이 헤딩으로 제주의 골망을 흔들었다. 김대중은 인천 팬들에게 달려가 안겼고, 제주 팬들은 할 말을 잃었다.

승부의 세계, 갱은 없다. 그 말이 절로 실감난 주말이었다.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는데, 축구는 후반 인저리타임부터라는 말이 K리그에 생길 판이다. 극과 극의 명암에 K리그 클래식도 덩달아 요동치고 있다.

올 시즌은 전북 현대와 FC서울의 '절대 2강 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클래식은 반환점인 19라운드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전북이 여전히 무패를 질주하며 1위(승점 36·9승9무), 서울이 2위(승점 30·9승3무6패)에 포진해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현재의 분위기는 요상, 이상하다. '이상'해서 더 가관이고, 미래도 예측불허다. 예년에는 볼 수 없었던 변수들이 곳곳에서 넘쳐나고 있다. 2016년 7월 K리그의 오늘이다.

전북부터 보자. '심판 매수 의혹'을 받고 있는 전북은 여전히 풍전등화의 신세다. 1일 열릴 예정이던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가 8월 17일 2차 공판 이후로 연기됐다. '부정 청탁'의 유무를 좀 더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벌위 회부는 불가피하다. 지난해 경남FC는 심판 매수 의혹으로 벌금 7000만원과 함께 승점 10점을 감점받는 징계를 받았다. 상벌위의 논의를 거쳐야 하지만 현재로선 전북도 승점 감점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승점 감점의 폭에 따라 선두 구도는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3연패의 늪에 빠진 서울도 마냥 웃을 수 없다. 과도기다. 사령탑이 최용수 감독에서 황선홍 감독으로 교체되면서 대변화를 맞고 있다. 황 감독 체제가 언제 안정화 될 지가 관건이다. 설상가상, 서울의 킬러 아드리아노도 '태풍의 눈'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성남전에서 상대 수비수 임채민과 신경전을 벌이다 퇴장당했다. 폭행과 심판 판정에 대한 거친 항의가 도마에 올랐다. 아드리아노에 대한 상벌위는 6일 열린다. 퇴장에 따른 2경기 출전 정지 외에 추가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절대 2강'이 꼬일대로 꼬인 반면 바로 아래에선 거센 추격전이 전개되고 있다. 3위 울산은 서울과 승점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다득점(서울·35득점, 울산 19득점)에서 밀려 3위다. 4~7위 성남(승점 29·8승5무5패), 제주(8승3무7패·33득점), 포항(이상 승점 27·7승6무5패·24득점), 상주(승점 26·8승2무8패)는 그야말로 턱밑에서 2위권을 추격하고 있다.


반면 '전통의 강호' 수원 삼성은 여전히 반등의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승점 18점(3승9무6패)으로 9위에 머물러 있다. 현재의 흐름이 이어질 경우 그룹B 추락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올 시즌 클래식도 지난해처럼 33라운드를 치른 후 1~6위의 그룹A와 7~12위의 그룹B로 분리돼 5라운드를 더 벌인다.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레스터시티가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대이변을 연출했지만 극히 드문 케이스다. 각 국 리그를 관통하는 만고의 지리는 올라갈 팀이 올라가고, 결국 우승할 팀이 우승한다는 것이다. 한국 프로축구도 호흡이 긴 K리그 우승컵은 진용이 두터운 기업구단들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통상 여름을 기점으로 위, 아래의 경계가 선명하게 나뉘어진다. 예기치 않은 돌발상황으로 공식이 깨졌다. 위, 아래의 경계는 사라졌고, 1위부터 7위까지 모두 우승후보다. 간격이 촘촘한 만큼 하위권 팀들도 언제든지 치고 올라올 수 있다.

흥미로운 전장이다. 최하위인 수원FC 팬들도 절망할 필요가 없다. 모두가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환경이다. K리그판 레스터시티도 탄생할 수 있다. 올 시즌 K리그는 '이상'하지만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 물론 명제는 불변이다. 변수의 벽을 넘는 팀만이 최후에 웃을 수 있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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