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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보가 오랜 침묵을 깨뜨렸다. 8경기 만에 시즌 첫 득점. 전남 드래곤즈가 드디어 부진 탈출의 추진력을 얻었다.
전남은 경기 시작 7분 만에 상주 박기동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상주의 날카로운 측면 공격에 전남 수비진은 허둥댔다. 힘겨운 승부를 예감케 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스테보의 한방으로 달라졌다. 전반 34분 유고비치의 슈팅이 골키퍼에 막혀 흘러나오자 골문 앞에 자리잡고 있던 스테보가 기다렸다는 듯이 슈팅으로 연결했다. 골망이 어느 때보다 경쾌하게 출렁거렸다. 목마름을 해갈한 스테보는 포효했다. 해결사의 귀환을 알리는 포효였다.
스테보의 공격 본능이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골문 앞에서 더는 주저하지 않았다. 과감한 슈팅에선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날 경기는 '스테보'라는 세 글자만으로 설명될 수 있었다. 스테보는 주인공이 될 자격이 충분했다. 하지만 후반 45분까지 종료 7분을 남겨둔 상황에서 상주 박기동의 만회골이 터졌다. 이후 후반 43분과 추가시간 6분에 연달아 상주가 패널티킥을 얻어내며 승패가 뒤집혔다. 전남의 3대4 통한의 패배. 스테보의 활약마저 빛을 잃었다.
스테보는 지난 2년간 전남에서만 25골-7도움을 기록한 간판 공격수다. 올 시즌 초반 스테보가 부진하자 전남도 부진했다. 7라운드까지 6골에 불과했던 전남의 부실한 득점력도 스테보의 공백이 큰 이유였다. 스테보가 전남의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실감케 하는 성적이다.
그간의 부진에도 노상래 전남 감독은 "스테보가 몸이 늦게 풀리는 스타일"이라며 묵묵히 기다렸다. 상주전 직전에는 "스테보에게 점점 득점 기회가 오고 있다"면서 변함없는 믿음을 내비쳤다. 그리고 스테보는 노 감독의 기다림에 응답했다.
비록 상주전은 패배했지만 전남은 스테보를 통해 희망을 봤다. 덕분에 전남의 앞길이 어둡지만은 않다. 더 나아가 스테보의 부활은 희망의 전조등이 될 수 있다. 스테보가 가세하면서 '동유럽 삼총사'가 드디어 완전체가 됐기 때문이다.
전남은 올 시즌 시작 전 유고비치-오르샤-스테보로 이어지는 삼각편대 구축에 공을 들였다. 훈련은 성과를 냈다. 오르샤는 7라운드까지 3골-2도움으로 전남을 떠받쳤고, 유고비치는 공수 흐름을 조율하며 경기를 이끌었다. 이젠 마지막 퍼즐이던 스테보까지 맞춰졌다. 삼총사의 공격 템포만 잘 맞아떨어진다면 전남이 의외로 반전의 기회를 손쉽게 거머쥘 수도 있다. 이제 전남이 스테보라는 연료를 어떻게 활용할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