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점 많은 사람'보다 '약점 없는 사람'이 더 무섭다. 한끗 차이의 실수에서 운명이 갈리는 올림픽 무대에선 더 그렇다.
손연재는 지난 2월부터 2개월간 4개의 국제대회를 치렀다. 모스크바 그랑프리(러시아)를 시작으로, 국제체조연맹(FIG) 에스포 월드컵(핀란드), 리스본 월드컵(포르투갈), 페사로 월드컵(이탈리아)에 출전해 메달을 대거 수확했다. 대회를 치르면서 종목별 점수도 점점 올라갔다.
볼의 경우 첫 대회인 모스크바 그랑프리부터 3개 대회 연속 개인 최고점을 찍었다. 18.383점(모스크바), 18.450점(에스포), 18.550점(리스본)으로 대회마다 조금씩 점수가 불어났다. 에스포 월드컵에서 따낸 올 시즌 첫 금메달도 볼 종목에서 나왔다.
각 대회별로 편차가 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올림픽을 앞둔 손연재의 성장을 확인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숫자다. 나아가 지난 9일 치러진 리우올림픽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는 볼 종목에서 18.700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최고점이다. 이젠 볼이 손연재의 취약종목이 아닌 주종목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간 전 종목 18.5점대는 손연재의 목표였다. 넘기 힘든 벽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손연재는 그 벽을 기어이 넘어섰다. 올 시즌 참가한 국제대회에서 얻은 종목별 최고점은 네 종목에서 모두 18.550점이다.
손연재의 가파른 성장 뒤에는 겨우내 흘린 구슬땀이 있다. 지난해 9월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친 이후 모교인 연세대에서 한 달 가까이 고강도 체력훈련을 받았다. 새 프로그램 준비차 러시아로 떠날 때도 체력 전담 트레이너가 동행해 체력훈련을 계속했다. 근력이 생기면서 동작이 훨씬 정확하고 깔끔해졌다.
취약종목에 대한 집중적인 연습도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 5일 귀국한 손연재는 최근 볼에서의 고득점에 대해 "볼은 계속 불안했던 종목이다. 잘할 때까지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 준비를 많이 했기 때문에 성적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림픽에서는 4개 종목을 합산해 순위를 가린다. 0.1점 혹은 0.05점 차이로도 메달 색이 바뀐다. 어느 한 종목을 특출나게 잘하는 것보다, 약점 없이 전 종목을 고르게 잘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때문에 손연재가 그간 취약했던 종목에서 자신감을 갖게 된 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취약종목이 보강되면서 개인종합 점수도 올라갔다. 지난 4개의 국제대회 동안 72.964점(모스크바), 73.550점(에스포), 73.900점(페사로)으로 거듭 개인 최고점을 달성했다.
손연재는 앞으로 아시아선수권대회와 5~10차 월드컵에 출전한다. 올 시즌 초반에 보여준 성장세를 남은 경기에서도 이어가겠다는 포부다. 리우올림픽 전망도 더 밝아지고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