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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세 복서'파퀴아오의 불꽃투혼,은퇴의 링은 감동이었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6-04-10 13:59



'팩맨' 매니 파퀴아오는 현존하는 복싱 레전드이자 필리핀의 국민영웅이다. 1978년생, 한국나이로 38세인 그가 10일 은퇴경기에서 보여준 불꽃 투혼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필리핀 국민들은 물론 전세계 복싱팬들의 가슴에 뜨거운 희망과 용기를 선물했다.

파퀴아오는 10일(한국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티모시 브래들리(33)와의 WBO 인터내셔널 웰터급 경기에서 압도적인 경기를 펼친 끝에 3명의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파퀴아오로선 지난해 5월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9)와의 '세기의 대결' 이후 11개월만의 링 복귀전이자 자신의 은퇴 경기에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브래들리의 나라 미국에서 펼쳐진 은퇴무대에서 챔피언 파퀴아오는 특유의 정확도 높은 카운터펀치, 경쾌한 스텝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브래들리는 경기 초반 유연한 위빙을 선보이며 적극적인 공격을 펼쳤지만 작정하고 나온 파퀴아오의 공세는 맹렬했다. 시종일관 경기 주도권을 쥐고 브래들리를 몰아붙였다. 7라운드, 첫 다운을 빼앗더니 9라운드에는 완벽한 2번째 다운으로 승리를 예약했다. 파퀴아오의 왼손 펀치가 명중하며 중심이 흔들린 브래들리가 링 바닥에 나뒹굴었다. 결국 심판진은 116-110으로 파퀴아오의 승리를 선언했다.

파퀴아오는 '전설'이다. 전무후무한 '체급 파괴자'다. 1995년 플라이급으로 프로에 입문한 이후 1998년 WBC플라이급 타이틀을 시작으로 무려 8체급을 제패했다. 라이트미들급, 웰터급, 라이트웰터급, 라이트급, 슈퍼페더급, 페더급, 슈퍼밴텀급, 플라이급 등 8체급에서 10개의 챔피언 벨트를 휩쓸었다. 왜소한 체격의 그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글러브를 껴야만 했던 '헝그리 복서'였다. 2008년 12월 미국 최강자 오스카 델라호야를 꺾으며 자신의 시대를 알렸다. 지난 2014년 그의 일대기를 그린 '매니'라는 영화 역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의 웰터급 통합타이틀전에서 0대3 판정패를 기록했지만, 1년만에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 티모시 브래들리와의 WBO 웰터급 타이틀전에선 심판전원 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자신의 복싱 인생을 마무리하는 링, 나이를 잊은 투혼과 최선을 다하는 열정의 펀치는 아름다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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