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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의 발품스토리]캠브리지-옥스퍼드 대결에 템즈강 후끈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6-03-28 09:47


ⓒAFPBBNews = News1

[런던(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런던 남부 퍼트니 브리지 지하철역은 평소 조용하다. 주택가에 있는 한산한 역이다. 그런데 부활절 연휴 중인 27일 오후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흔치 않은 일이었다. 인근에 위치한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풀럼FC의 축구가 열리는 날도 이렇게까지 많지는 않다.

이유가 있었다. 바로 영국을 대표하는 대학인 캠브리지와 옥스퍼드의 조정 대결, 더 보트 레이스(the boat race)가 열렸기 때문이었다. 매년 봄 런던 템즈강변을 뒤덮는 젊음과 축제의 현장을 찾아가봤다.

역사

더 보트 레이스는 1829년 6월 처음 시작됐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조정 레이스다. 해로우 스쿨 동창이었던 찰스 메리벨(캠브리지)과 찰스 워즈워스(옥스퍼드)가 서로 자웅을 겨룬 것에서 시작했다. 옥스퍼드 쪽에 가까운 헨리에서 대결했다. 처음에는 비정기적이었다. 두번째 대결은 7년 후인 1836년에야 열렸다. 이 때 결전장은 런던이었다. 웨스트민스터에서 시작해 퍼트니에서 끝났다. 이후 2년동안은 장소를 놓고 양 측이 합의하지 못했다. 옥스퍼드는 자신들에게 가까운 헨리를, 캠브리지는 런던을 주장했다. 1845년 양 측은 경기 장소에 합의를 봤다. 런던 퍼트니 브리지에서 출발해 모트레이크까지 이어지는 옴(Ω)자의 6779m코스다.'챔피언십 코스'로 명명했다. 풀럼의 홈구장 크레이븐 코티지, 해머스미스 브리지, 세인트폴 스쿨, 풀러 맥주 양조장 등 주요 랜드마크들도 지난다.

더 보트 레이스가 제대로 정착된 것은 1856년부터다. 이때부터 매년 3월 말 혹은 4월초 주말에 열렸다. 단 세계1,2차 대전때는 쉬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총 161번 열린 대결에서는 캠브리지가 81승79패로 근소하게 앞서 있었다. 무승부는 1877년 딱 한 번 있었다. 세부 종목은 에이트(키잡이인 콕스가 있는 8인승, 콕스 포함 9명이 한 팀)다.

해프닝도 꽤 있었다.1912년에는 궂은 날씨와 강한 바람으로 양 팀의 배가 모두 침몰했다. 캠브리지는 1859년과 1978년, 옥스퍼드는 1925년과 1951년 침몰했다. 1951년은 다음날 재경기가 펼쳐졌다. 1984년 역시 캠브리지 배의 침몰로 다음날 경기를 다시 펼쳤다. 2012년에는 레이스 도중 영국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호주인이 강에 뛰어들었다. 이 해프닝으로 경기는 약 30분 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수많은 인파가 더 보트 레이스를 지켜보고 있다.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수많은 인파가 더 보트레이스를 지켜보고 있다.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축제

하나의 축제였다. 매년 25만명의 사람들이 런던 남부 템즈강변으로 몰려 이 대회를 구경한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오후 1시부터 공식 행사가 열렸다. 오전 중 내렸던 우박과 비가 그치고 해가 떴다. 사람들은 템즈강변으로 모였다. 출발선인 퍼트니 브리지 주변은 인산인해였다. 이미 양 학교의 동문들은 퍼트니 브리지 남단 내 조정 클럽 건물들을 빌려놓은 상태였다. 양 학교 관계자들은 큰 배를 빌려 출발선 앞에서 지켜보기도 했다.


또 강변 펍에도 사람들이 넘쳐났다. 다들 손에는 맥주와 햄버거를 들고 있었다. 양 학교의 동문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런 관계가 없는 런던 시민들과 관광객들도 많았다. 다들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는 하나의 특수였다. 자신들이 직접 만든 차나 커피, 맥주, 샌드위치 등을 들고 나왔다. 어린 아이들도 고사리손으로 빵을 팔았다. 대부분 지역 스포츠클럽의 운영비로 쓰인다고 했다. 퍼트니 브리지 북단 비숍 파크에는 대형 전광판이 설치됐다. 풀럼의 홈구장인 크레이븐코티지도 열었다. 강변에 위치한 좌석 뒤 테라스에서 개방해 경기를 볼 수 있게 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이들의 축제는 계속 됐다. 아니 그 때부터 시작이었다. 사람들은 다들 모여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의미있는 행사도 있었다. 이날 대회 스폰서는 영국 암연구센터였다. 암 연구에 대한 홍보 부스를 차렸다. 는 응원 깃발을 나눠주며 기금도 모았다.


양 교 선수들이 풀럼의 홈구장인 크레이븐코티지를 지나고 있다.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경쟁

대회는 오후 1시 20분 여자부 동전 던지기로 시작했다. 출발 위치를 정하기 위한 동전 던지기다. 북쪽을 미들섹스(middlesex) 사이드, 남쪽을 서리(surrey)사이드라고 부른다. 남쪽에서 출발하는 것이 조금 더 안쪽으로 돌 수 있어 유리하다. 쉽게 말해 인코스다. 첫 경기는 여자부였다. 서리 사이드에서 출발한 옥스퍼드가 캠브리지를 누르고 승리했다. 캠브리지는 레이스 도중 배에 물이 차기 시작했다. 심판은 '침몰'을 뜻하는 붉은 깃발을 올렸다. 하지만 캠브리지 선수들은 완주의사를 내비쳤다. 완주를 했지만 옥스퍼드보다는 한참 뒤에 골인했다.

몇몇 오픈 경기들이 열렸다. 여자부 시작 1시간 뒤 메인 이벤트인 남자부 경기가 펼쳐졌다 캠브리지가 서리사이드에서 출발했다. 인코스의 유리한 고지를 점한 캠브리지는 시종일관 앞섰다. 18분41초의 기록으로 옥스퍼드를 2와2분의1 렝스차로 제치고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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