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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준의 발롱도르]하메스로 본 '등번호 저주의 세계'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6-03-20 18:14


ⓒAFPBBNews = News1

하메스 로드리게스(레알 마드리드)가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로드리게스는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유니폼을 입었다. 첫 해 맹활약을 펼쳤다. 46경기에서 17골-17도움을 올렸다. 하지만 올 시즌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22경기에 나서 6골-8도움에 그치고 있다. 시즌 초반 근육 부상에 시달린데 이어 라파엘 베니테스 전 감독과 불화설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지네딘 지단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좀처럼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방출설에 시달리고 있다. 맨유-첼시 등이 로드리게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로드리게스의 갑작스러운 부진에 '10번의 저주'가 고개를 들고 있다. 스페인 일간지 마르카는 18일(한국시각) '로드리게스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두 번째 시즌의 종료를 앞두고 있다. 데뷔 시즌은 빛났지만 올 시즌은 그늘이 드리워있다'며 '호비뉴와 베슬레이 스네이더르, 메수트 외질을 힘들게 했던 '10번'의 무게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루이스 피구 이후 '에이스'를 상징하는 10번 유니폼의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아스널로 이적한 외질 정도가 성공사례로 꼽힐뿐, 다른 선수들은 모두 실패했다. 로드리게스 역시 10번 선배들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이처럼 각 팀 별로 유난히 잘 풀리지 않는 등번호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역시 아스널이 갖고 있는 '9번의 저주'다. 9번은 주전 스트라이커를 상징하는 번호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아스널에서 9번을 달았던 선수는 '저주'라고 할 만큼 끔찍한 부진, 부상 등을 이유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동안 아스널에서 9번을 달았던 선수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1995년부터 9번을 달았던 폴 머슨을 시작으로 니콜라스 아넬카(1997~1999년), 다보르 수케르(1999~2000년), 프란시스 제퍼스(2001~2003년), 호세 안토니오 레예스(2004~2006년), 밥티스타(2006~2007년), 에두아르두 다 실바(2007~2010년), 박주영(2011~2012년), 루카스 포돌스키(2012~2015년)까지. 하지만 이들 모두 저주를 넘지 못했다. 아넬카는 1998~1999시즌이 끝난 후 연봉 인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훌쩍 팀을 떠나 팬들을 실망시켰다. 수케르는 1년 만에 아스널과 결별했고, '신성'으로 평가 받았던 제퍼스는 저조한 기록으로 방출됐다. 이어 9번을 받은 밥티스타도 24경기 3골이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남겼다. 2007년 입단한 다 실바는 '살인 태클'에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끔찍한 부상을 당한 뒤 끝내 재기하지 못하고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로 이적했다. 박주영은 아예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고, 포돌스키도 아스널 입단 후 실력이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같은 저주 때문일까. 현재 아스널에 9번의 주인은 없다.

첼시의 9번도 '번호값'을 하지 못했다. 대표적인 실패가 페르난도 토레스다. 리버풀에서 그토록 9번이 잘 어울렸던 토레스는 유니폼만 바꿔입었을 뿐인데 완전히 다른 선수가 돼 버렸다. 리버풀에서 142경기에서 81골을 넣었던 토레스는 2010년부터 4년간 172경기에서 45골에 그쳤다. 토레스 뿐만이 아니다.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득점왕 출신 마테야 케즈만(2004~2005년), 세리에A를 지배하던 에르난 크레스포(2005~2006년), 독일 분데스리가 정상급 수비수였던 칼리드 불라루즈(2006~2007년), 레딩의 핵심 미드필더였던 스티브 시드웰(2007…2008년), 유스 출신으로 최고의 재능으로 불렸던 프랑코 디 산토(2008~2009년), 그리고 최근의 라다멜 팔카오까지. 첼시의 9번은 말그대로 저주의 숫자다. 첼시는 9번 뿐만 아니라 7번과도 인연이 없다. 4년간 11경기만 뛴 윈스턴 보가르데(2001~2004년), 약물복용과 이중계약의 아드리안 무투(2003~2004년), 마니시(2006년), 히카르두 콰레스마(2009년) 등에 이어 무결점 스트라이커에서 결점 투성이로 전락한 안드리 셉첸코(2006~2009년)가 정점을 찍었다.

맨유에서는 26번이 악명이 높다. 영국 지역지 맨체스터이브닝뉴스는 '맨유는 최근 26번 유니폼을 입었던 선수들이 모두 좋지 않았다'고 했다. 마누초(2008~2009년)는 단 1경기 출전에 그쳤다. 다음 타자인 가브리엘 오베르탕이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맨유에서 뛰었던 오베르탕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후계자로 관심을 모았지만 리그에서 14경기에 나서 한골도 넣지 못했다. 분데스리가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평가받던 가가와 신지가 2012년 26번을 물려받았지만 6골에 그치며 2년만에 도르트문트로 돌아가야 했다. 재밌는 것은 멤피스 데파이 역시 26번의 저주를 받았다는 점이다. 맨유의 에이스 번호인 7번을 달고 있는 데파이는 최악의 활약으로 팬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데파이는 7번을 받기 전 프리시즌에서 '26번'을 달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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