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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스 로드리게스(레알 마드리드)가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각 팀 별로 유난히 잘 풀리지 않는 등번호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역시 아스널이 갖고 있는 '9번의 저주'다. 9번은 주전 스트라이커를 상징하는 번호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아스널에서 9번을 달았던 선수는 '저주'라고 할 만큼 끔찍한 부진, 부상 등을 이유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동안 아스널에서 9번을 달았던 선수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1995년부터 9번을 달았던 폴 머슨을 시작으로 니콜라스 아넬카(1997~1999년), 다보르 수케르(1999~2000년), 프란시스 제퍼스(2001~2003년), 호세 안토니오 레예스(2004~2006년), 밥티스타(2006~2007년), 에두아르두 다 실바(2007~2010년), 박주영(2011~2012년), 루카스 포돌스키(2012~2015년)까지. 하지만 이들 모두 저주를 넘지 못했다. 아넬카는 1998~1999시즌이 끝난 후 연봉 인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훌쩍 팀을 떠나 팬들을 실망시켰다. 수케르는 1년 만에 아스널과 결별했고, '신성'으로 평가 받았던 제퍼스는 저조한 기록으로 방출됐다. 이어 9번을 받은 밥티스타도 24경기 3골이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남겼다. 2007년 입단한 다 실바는 '살인 태클'에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끔찍한 부상을 당한 뒤 끝내 재기하지 못하고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로 이적했다. 박주영은 아예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고, 포돌스키도 아스널 입단 후 실력이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같은 저주 때문일까. 현재 아스널에 9번의 주인은 없다.
첼시의 9번도 '번호값'을 하지 못했다. 대표적인 실패가 페르난도 토레스다. 리버풀에서 그토록 9번이 잘 어울렸던 토레스는 유니폼만 바꿔입었을 뿐인데 완전히 다른 선수가 돼 버렸다. 리버풀에서 142경기에서 81골을 넣었던 토레스는 2010년부터 4년간 172경기에서 45골에 그쳤다. 토레스 뿐만이 아니다.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득점왕 출신 마테야 케즈만(2004~2005년), 세리에A를 지배하던 에르난 크레스포(2005~2006년), 독일 분데스리가 정상급 수비수였던 칼리드 불라루즈(2006~2007년), 레딩의 핵심 미드필더였던 스티브 시드웰(2007…2008년), 유스 출신으로 최고의 재능으로 불렸던 프랑코 디 산토(2008~2009년), 그리고 최근의 라다멜 팔카오까지. 첼시의 9번은 말그대로 저주의 숫자다. 첼시는 9번 뿐만 아니라 7번과도 인연이 없다. 4년간 11경기만 뛴 윈스턴 보가르데(2001~2004년), 약물복용과 이중계약의 아드리안 무투(2003~2004년), 마니시(2006년), 히카르두 콰레스마(2009년) 등에 이어 무결점 스트라이커에서 결점 투성이로 전락한 안드리 셉첸코(2006~2009년)가 정점을 찍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