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일드카드 손흥민.'
올림픽 이야기부터 꺼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손흥민은 뛰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은 동메달을 따냈다. 그만큼 이번 올림픽은 중요하다. 나라를 대표해서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물론 좋은 결과를 낸다면 손흥민 자신에게도 분명히 플러스 요인이다.
손흥민은 말을 아꼈다. 올림픽대표팀 와일드카드에 대해 아직은 신중했다. 그는 "누구나 올림픽대표팀에서 뛰고 싶을 것이다. 바란다고 해서 다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조심스럽게 뛸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올림픽대표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의 최대 고민은 공격이다. 황희찬(20·잘츠부르크) 류승우(23·빌레펠트) 문창진(23·포항) 권창훈(22·수원) 등 좋은 자원들은 많다. 저마다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다. 하지만 파괴력이 아쉽다. 바로 이 부분에서 손흥민이 필요하다. 신 감독도 "손흥민은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다. 공격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팀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림픽에 대한 질문을 하나 더 했다. 손흥민은 "짓궂게 질문을 연달아 던진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축구팬들과 국민 모두에게 에너지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 또 전세계 축구팬들에게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중요한 팀으로 멋진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면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자랑스러운 한 명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
이야기는 잉글랜드 무대로 넘어갔다. 7월 손흥민은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첫 시즌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그는 "처음에는 낯설기도 했지만 동료들이 도와줘서 금방 분위기에 익숙해졌다"고 했다. 이어 "토트넘에는 안정감있고 든든한 동료들이 많다"며 웃었다. 에릭 라멜라와의 일화도 공개했다. 손흥민은 "최근 라멜라가 토트넘에서 1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웠다. 같이 박수치면서 기뻐했다. 팀에서도 기념해줬다"고 했다. 친한 선수들도 많았다. 손흥민은 "선수들과 다 친하다. 두루두루 잘 지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손흥민은 이적하자마자 '한식 뷔페'를 팀 식당으로 부르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손흥민은 "동료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며 "휴고 요리스나 얀 베르통언 등과 이야기하면 본받을 대목이 많다. 델레 알리나 에릭 다이어도 나이는 적지만 배울 부분이 많은 선수"라고 했다. 베르통언이나 토비 알더베이럴트, 무사 뎀벨레 등 벨기에 선수와의 인연도 소개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당시 벨기에는 한국과 한 조였다. 손흥민이 뛰었던 한국은 0대1로 졌다. 손흥민은 "우리 팀에 벨기에 선수가 많다"며 "그 때 이야기를 하곤 했다. 팀동료가 상대팀에서 경기를 했다는 것은 기분이 묘하다. 기성용 이청용 등 우리 대표팀에서 같이 뛰는 형들과도 상대팀으로 만날 때 기분도 그렇다"고 했다.
손흥민은 토트넘 이적 초반 반짝 빛났다. 하지만 이내 주춤했다. 한때 골이 없어서 고생하기도 했다. 배운 부분이 있다. 바로 '좋은 휴식은 인생의 균형을 잡아준다'는 것이다. 손흥민은 "진짜 더 잘할 수 없을 것 같이 최선의 노력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거나 기회조차 없을 때가 있다"면서 "오히려 그 노력이 비난이나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한번쯤 푹 쉬고 독서와 음악, 축구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날린다"고 했다. 그는 "어차피 다시 일어나서 계속 달려야 한다. 이럴 때 축구에서 잠시 떨어져서 쉬었다가 다시 훈련하고 경기하면 열심히 할 수 있는 새로운 힘이 생긴다"고 했다.
그는 "이번 시즌이 처음"이라며 "팀에서 함께 맞이할 앞으로의 시즌이 기대된다"고 했다. "다음 시즌부터는 개인적인 환경도 나아질 것"이라고 말한 손흥민은 "편안한 밤잠을 포기하고 응원하시는 우리나라 팬들에게 즐거움을 드리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다.
런던=이 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