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콩 펜서' 남현희(35·성남시청)가 4회 연속 올림픽 출전의 위업을 이뤘다.
남현희는 '승부사'였다. 김미나에게 승점 3점차로 앞선 채 출전한, 마지막 그랑프리에서 3위에 올랐다. 랭킹포인트 30점을 순식간에 쌓아올렸다. 특히 '세계랭킹 1위' 이나 데리글라조바(러시아)와 맞선 16강전은 명불허전이었다. 13대12, 한포인트차로 돌려세웠다. 남현희는 신장 등 신체조건이 우월한 유럽 에이스들을 상대로 특유의 스피드를 앞세운 영리한 경기운영이 주효했다. 먼저 선공을 하기 보다는 상대의 공격을 유도해 낸후 빠른 발을 이용한 역습으로 상대를 찔러냈다. 4점을 앞서가다 막판에 1점차 추격을 허용했지만 승리를 끝까지 지켜냈다. 남현희에게 16강에서 패하며 데리글라조바는 '우승자' 에리고에게 랭킹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싱가포르 아시아선수권 은메달을 이후 주춤했던 남현희가 가장 포인트가 높은, 마지막 승부에서 결국 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랭킹 15위에 올랐다. 자동출전권은 4월4일 기준 FIE 랭킹 톱 14에게 주어지며 쿠바월드컵은 랭킹 확정전 마지막 대회였다. 톱 14 내에 이탈리아 5명, 러시아 3명, 미국 3명이 이름을 올렸다. 올림픽 개인전에 주어지는 국가별 쿼터는 각 2명으로 '랭킹 15위' 남현희는 쿼터 적용에 따라 14위 이내로 진입하며 자동출전권을 따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생애 4번째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뤘다. 여자 스포츠스타로서 그녀의 도전은 위대하다. 23세 대표팀 막내로 첫 올림픽에 나선 꽃다운 펜서가 35세 '엄마 검객'으로 4번째 올림픽에 도전한다. 그 기나긴 세월동안 다사다난했던 피스트에서 단 한번도 정상을 놓치지 않았다. 결혼,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부상으로 인한 중도 탈락, 모든 시련을 이겨낸 그녀는 대한민국 여성들과 모든 여성 올림피언의 희망이다. 개인종목에서 전무후무한 4회 연속 출전의 위대한 업적을 이뤘다.
|
|
|
|
|
남현희는 "최근 월드컵 대회에서 메달을 따지 못해 자신감이 조금 떨어져 있었고,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감이 오지 않을 때도 많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되찾고, 내 펜싱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태릉에서 최명진 코치님의 세심한 레슨과 조언, 팀코치인 대표팀 이정운 코치님의 배려가 마지막 경기에서 심리적으로 큰 힘이 됐다"며 감사를 표했다.
남현희는 네번째 올림픽의 꿈을 또렷이 밝혔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들은 메달을 목표로 한다. 선수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나 역시 그렇다"고 했다. "내가 잘하는 것, 스피드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성, 경기운영 등 전체적인 판을 읽는 눈도 중요하다"고 했다. 4번째 올림픽에 나서는 대한민국의 여성 올림피언으로서 메달에 대한 마음은 경건했다. "올림픽 메달은 내가 따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주는 것이라는 말을 한다. 맞는 말이다. 출전하는 선수 누구나 간절함은 마찬가지다. 지난 3번의 올림픽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편안하게 마음을 비우고 최선을 다하겠다. 메달은 하늘이 정할 것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