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세상서 가장 빠른 '평창올림픽 수트',윈드터널 테스트까지...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6-03-09 18:36



2018년 평창,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금빛 질주를 위한 '올림픽 수트' 프로젝트가 전격 공개됐다.

0.01초가 승부를 가르는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서 수트 기술력의 차이는 메달색을 좌우한다. '빙속황제' 스벤 크라머로 대표되는 '신흥 빙속강국' 네덜란드가 소치동계올림픽에서 23개의 메달을 휩쓸며 급부상한 데는 '보이지않는' 기술의 차이가 컸다. 대한빙상연맹의 공식 스포츠용품 후원사인 휠라는 2014년 네덜란드 스포츠의류 전문기업 스포츠컨펙스와 독점계약을 맺었다. 수트 부문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전문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대한민국 선수단에게 역대 최고의 '올림픽 수트'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상화 유니폼 주문 사이즈


스벤 크라머 유니폼 도면





완성된 스벤 크라머의 경기복
가장 빠른 '올림픽 수트' 어떻게 만드나,

지난 7일(한국시각) 네덜란드 헤레인베인 인근 소도시 애센에 위치한 스포츠컨펙스 본사에서 베르트 판데르 툭 대표를 만났다. 스피드스케이팅, 사이클 선수 출신으로 이 분야에서 24년간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수트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선수가 달릴 때 공기저항을 줄이는 것이 스피드스케이팅의 승률을 좌우한다. 스타팅 때 무릎을 눌러주고 엉덩이에 힘을 받게 해,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앞으로 튀어나가게끔 하체를 '업' 시켜주는 것이 핵심기술"이라고 했다.

한벌의 러버수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시연했다. 철저한 1대1 맞춤 제작 방식이었다. 스포츠컨펙스 디자이너실은 스벤 크라머 등 자국 에이스들은 물론, 이상화, 이승훈 등 한국선수들의 올시즌 실측 사이즈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 24년 경력의 디자이너인 에바씨가 "상화리?"하더니 'Sanghwa Lee'를 컴퓨터에 입력했다. 이상화만을 위한 '맞춤형' 수트 옷본이 모니터에 떴다. 패브릭을 옷본에 대고 조각조각 잘라낸 후, 스폰서 로고를 열선으로 녹여 부착했다. 40년 경력의 '장인'들이 이 조각들을 재봉틀로 한땀한땀 잇대어 붙였다. 한벌 제작에 걸리는 시간은 2시간 정도. 모든 공정을 거쳐 한국 선수들 손에 전달되기까지 15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월드컵 등 주요 대회 현장에선 스포츠컨펙스 관계자들이 직접 파견돼, 선수별로 모든 부위의 사이즈가 정확한지 불편한 곳은 없는지 마지막 가봉, 수정 작업을 거친다.


윱 후든 DNW 공기역학연구실 선임연구원이 윈드터널 테스트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0.001초의 전쟁, 항공기용 윈드터널 테스트까지

스포츠컨펙스는 세계 최고의 러버수트 개발을 위해 2007년부터 윈드터널 테스트를 실시해왔다. 항공기, 자동차, 미사일 개발에 주로 이용되는 '하이테크' 테스트를 '올림픽 수트'에 적용했다. 8일 네덜란드 헤레인베인 인근의 군사시설 내에 위치한 독일-네덜란드 합작사 DNW에서 윈드터널 테스트가 이뤄졌다. 현장에는 스벤 크라머와 똑같은 체형, 포즈에 크라머 수트를 입은 '더미(인형모형)'가 세워져 있었다. 풍속에 따라 신체 부위별 공기저항 마찰계수를 측정하고, 패브릭의 적합성을 시험했다. 머리, 팔, 옆구리, 허벅지, 종아리 등 부위별로 다양한 소재의 패브릭이 사용된다. 실험은 풍속을 시속 90㎞에서 20㎞로 끌어내렸다가 40㎞→ 70㎞ →90㎞로 속도를 끌어올리는 식으로 진행된다. 실측 데이터가 윈드터널 위층 공기역학 연구실 컴퓨터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찍혀나왔다.

하루에 10~12벌의 실험이 가능하다. 회당 실험 비용은 무려 3000만원에 달한다. '2014년 소치 수트'의 경우 연구비만 연간 10억원을 투자했다. 네덜란드 통신사 KNB가 네덜란드왕립빙상연맹(KNSB)에 연간 120억원을 지원하고, 이중 상당 부분이 기술 연구, 개발비로 쓰인다.

'평창 올림픽 수트' 개발에는 더 많은 연구비가 투입될 전망이다. 휠라는 2017년 하반기 개발을 목표로 연간 100만달러(12억원)를 지원한다. 네덜란드, 러시아 등 동계스포츠 강국 선수들이 신뢰하는 스포츠컨펙스와 '단독 계약'을 맺었다. '평창 수트'는 오직 한국, 네덜란드 선수만을 위한 것이다. 휠라측은 "남자 라지(L) 사이즈의 기존 330g이 최적정 무게로 보고 있다. 소치에선 밴쿠버때보다 공기저항 마찰계수를 4%줄였다. 평창에선 8~10%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판테르툭 대표는 '평창 수트'의 압도적인 기술력에 자신감을 표했다. "오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현시점에서 휠라 수트는 당신이 구입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스피드스케이팅 수트다.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질 거라고 확신한다."
헤레인베인(네덜란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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