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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김영록 기자] "흑이 덤을 내기 힘든데요? 믿을 수가 없네요."
이세돌의 입가에는 답답한 듯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스스로도 자신의 불계패를 믿을 수 없는 기색이 역력했다. 바둑 기사들은 패배 후 복기를 하며 자신의 마음을 다스린다. 하지만 이세돌과 복기를 해줄 선수가 없었다. 상대가 '인공지능' 알파고였기 때문이다.
"아 복기를 못하네요. 이세돌 9단은 복기를 하고 싶을 텐데…"
이날 이세돌 9단은 현장에 아내 김현진 씨와 딸 혜림을 동행한 채 나타났다. 이세돌은 실험적인 포석을 펼치며 알파고를 테스트했고, 다양한 플랫폼에서 해설에 나선 바둑인들은 여유가 넘쳤다. 이날 경기의 유튜브 중계를 맡은 김성룡 9단은 "알파고가 초반 실수가 많다. 판후이 2단과의 지난 10월 대결 이후 실력이 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정석을 모른다"라고 혹평했다.
초반부터 난타전이 벌어진 결과, 1국은 예상보다 빠르게 마무리될 듯한 모습이었다. 해설자들은 130-150수를 전후해 일찌감치 계가에 나섰다. 결과는 놀랍게도 알파고가 앞서고 있다는 것이었다. 김성룡 9단을 비롯한 각 방송 해설진들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160수를 넘어서자 바둑은 반면승부(흑백의 집이 비슷한 상황)로 접어들었다. 덤을 고려하면 알파고의 완승이었다. 김성룡 9단은 "흑이 덤을 내기 힘들다. 믿을 수 없는 결과다. 알파고의 실수가 많았는데도 크게 이기고 있다"라며 "인공지능의 계산이 예상보다 더 정밀했다고밖엔 해석할 수 없다"라며 혀를 찼다. 이세돌 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든 패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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