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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남자탁구의 희망' 이상수(26·삼성생명·세계랭킹 19위) 정영식(24·세계랭킹 13위) 장우진(21·이상 대우증권·세계랭킹 29위)이 쿠알라룸푸르세계탁구선수권 4강전에서 눈부신 투혼을 선보였다.
2세트 쉬신은 이상수를 맹렬하게 몰아붙였다. 11-2로 이겼다. 3세트 쉬신이 4-1로 앞서갔다. 서브포인트까지 올리며 4-3을 쫓아갔다. 이상수는 서브 때마다 기선을 제압하는 강공으로 쉬신을 위협했다. 9-5에서 잇달아 2포인트를 잡아내며 9-7까지 위협했다. 7-11로 패하긴 했지만 이상수의 파이팅은 눈부셨다. 3세트 0-6까지 밀렸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3점을 따라붙자 중국 벤치 류궈량 감독이 타임아웃을 불러 흐름을 끊었다. 이상수는 9-5까지 따라갔다. 5-11로 졌지만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은 다음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경기 후 쉬신 역시 "이상수는 정말 좋은 선수다. 1세트를 뺏긴 후 벤치에서 격려해준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제2단식 정영식이 나섰다. 세계랭킹 1위 마롱과 맞붙었다. 1세트 정영식이 먼저 포인트를 올렸다.정영식 역시 끈질기게 마롱과 승부했다. 2-2, 3-3, 동점이 이어졌다. 양쪽을 가르는 코스공략으로 4-3으로 역전한 후 포효했다. 4-4, 5-5, 6-6까지 팽팽한 탐색전이 이어졌다. 7-11로 졌지만 무기력한 패배는 아니었다. 2세트 0-4까지 밀렸다, 침착하게 2포인트를 따라붙었다. 그러나 포어, 백드라이브는 물론 완벽한 리시브를 자랑하는 세계 1위 마롱을 잡기는 역부족이었다. 5-11로 패했다. 마지막 3세트, 정영식이 0-3으로 밀리자 이철승 코치가 타임아웃을 불렀다. 정영식은 강력한 포어드라이브를 선보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냈다. 2점을 따라잡았다. 이어 6-4, 6-5, 6-6까지 쫓아가며 혼신의 사투를 펼쳤다. 지더라도 쉽게 내주지는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였다. 마롱이 정영식의 서브를 받아내지 못하며 9-8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류궈량 감독이 또다시 타임아웃을 불렀다. 이후 마롱이 연속 2득점 하며 11-8, 3대0으로 승리했다.
장우진은 지난해 10월 태국 파타야에서 펼쳐진 아시아탁구선수권 단체전과 남자단식 16강에서 잇달아 장지커를 돌려세웠다. 대이변이었다. 단체전 제3단식에 나서 장지커를 3대2로, 남자단식 16강에선 4대2로 승리했다. 장지커는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이자 2011년, 2013년 세계선수권(개인)을 잇달아 제패한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자이자 중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탁구스타다. 당시 장우진에게 2번 연속 밀리며 옷에 공이 맞았다고 판정에 항의하고, 장우진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 장외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장지커는 작정하고 나온 듯했다. 1세트에서 3-0으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장우진도 만만치 않았다. 3-3으로 따라붙더니 순식간에 9-3으로 앞서나갔다. 순식간에 9점을 쌓아올리더니 11-7로 이겼다. '장지커 천적'의 면모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2세트 장지커의 반격이 시작됐다. 4점을 먼저 따내더니, 11-4로 이겼다. 승패와 무관하게 장우진의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에 해설자는 "나는 저 선수의 대담하고 두려움없이 도전전인 샷(bold,fearless and risky shot)이 정말 좋다"고 칭찬했다. 주니어챔피언 출신의 장우진은 한국 4강의 '언성히어로(unsung hero)'라고 칭송했다.
3세트 3-3까지 시소게임을 펼치던 장우진은 9-4까지 밀렸지만 9-6까지 또박또박 따라붙었다. '백전노장' 류궈량 감독이 마지막 타임아웃을 썼다. 더 이상 추격당하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었다. 포어드라이브로 매치포인트를 달성한 후 자지커는 우승이라도 한듯 포효했다. 그러나 장우진이 또다시 10-9까지 따라붙었다. 장우진의 리시브 미스로 11-9, 장지커가 3세트를 가까스로 가져갔다. 4세트, 2-1 상황에서 장지커와 장우진의 랠리는 환상적이었다. 포인트를 내줬지만 장우진은 장지커와의 롱볼 게임에서 밀리지 않았다. 이어진 포어드라이브로 또 한점을 따라잡았다. 혼신의 힘을 다한 드라이브는 인상적이었다. 4-3, 5-4, 5-5까지 따라붙더니 6-5로 뒤집었다. 장지커를 충분히 괴롭혔다. 8-5까지 앞서가며 상대를 압도했다. 이후 장지커가 3점을 다시 따라잡았지만 포핸드 랠리전쟁에서 장우진이 이겼다. 이후 장지커가 2포인트를 다시 잡으며 매치포인트에 먼저 도달했다. 장우진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장우진이 드라이브를 장지커가 받지 못했다. 10-10, 듀스게임에 돌입했다. 장지커가 12-10, 가까스로 승리했다. 장지커는 경기후 "아시아선수권 때 좋은 폼이 아니었다. 이 경기를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고 털어놨다.
아쉽게 패했지만 장우진은 중국을 상대로 도전자 한국이 어떤 자세로 경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석을 보여줬다. 도전자 한국 신세대들의 거침없는 기세, 끈질긴 승부에 난공불락 만리장성도 미세하게나마 흔들렸다.
한국 남자대표팀은 만리장성을 넘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충분한 가능성과 성장세를 확인했고, 강한 자신감을 쌓아올렸다. 리우올림픽의 해, 4년만에 세계 4강에 복귀하며 대한민국 탁구의 명예를 회복했다. 대한민국 남자탁구가 쿠알라룸푸르에서 빛나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