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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전 불참'손연재의 진단서...왼발목 염좌-전치3주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4-19 13:30


'체조요정' 손연재가 18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손연재는 이번 선발전을 통해 6월 10일부터 13일까지 제천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와 7월 11일 광주서 열리는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에 출전한다.
태릉=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4.18/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1·연세대)가 국가대표선발전 둘째날 경기에 불참했다.

19일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펼쳐진 2015년 리듬체조 국가대표 및 국제대회 파견대표 선발전 이틀째 경기 직전 손연재는 진단서를 제출했다.

손연재는 18일 선발전 첫째날 4종목 가운데 3종목에서 18점대를 기록하는 압도적인 기량으로 1위에 올랐다. 후프 18.300점 볼 18.300점 곤봉 18.200점 리본 17.300점을 받아들었다. 총점 72.100점, 4종목 중 3종목에서 18점대의 고득점을 기록하며 19일 이틀째 경기를 앞두고 1위로 나섰다. 손연재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당장 경기에 뛰지 못할 정도로 아픈 건 아니다"면서 "또 경기할 때는 긴장해서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며 심한 부상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튿날인 19일 아침, 손연재는 소속사 IB스포츠를 통해 대한체조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에 진단서를 제출했다. '왼쪽 족관절 및 아킬레스건 염좌 진단서를 통해 전치 3주의 가료기간이 필요하다'는 의사소견이 첨부됐다. 경기력향상위원회는 긴급회의를 통해 손연재의 결장을 허용했다. 김수희 경기력향상 위원장은 "선수가 오늘 아침 진단서를 제출했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 출전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송희 리듬체조대표팀 코치는 "부카레스트월드컵에서 부상한 왼쪽발목뿐 아니라 선수의 양발목이 많이 부어 있어 어제 경기 후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받고, 오늘 아침에도 병원에 간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 아시아선수권, 유니버시아드 대회 등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선수를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1차 선발전에서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에 오른 손연재는 선발전 후 협회 강화위원회를 통해 추천선발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경기력이 월등하고 국제대회에서 입상이 유력한 선수의 경우 추천이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다"고 말했다.

대한체조협회 국가대표 선발규정에 따르면 '리듬체조의 2차 선발전은 1일간 실시하며 1차 선발전 성적과 50대 50의 비율'이라는 조항 아래 추천 조건이 명시돼 있다. 추천의 조건은 '개인종합 성적순 4명, 3명의 취약종목과 팀 결승경기에서 고득점을 획득할 수 있는자, 종목별 메달획득 가능자. 메달획득 가능선수가 부상등의 부득이한 사정으로 선발되지 못했을 시' 등 3가지다. 인천아시안게임 개인종합 금메달리스트이자 팀 경기 은메달리스트인 손연재는 위의 3가지 조건에 모두 부합한다. 올시즌 리스본, 부카레스트 월드컵에서 잇달아 개인종합 4위에 올랐고, 후프 종목에서 은메달을 따낸 만큼 국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에이스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선발전 직후 규정에 따라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손연재의 추천 선발은 확실시된다.

첫째날 경기결과에서 보듯 나홀로 18점대를 찍는 손연재에게 국내 선발전은 무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태극마크는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절실한 꿈이다. 대한체육회는 선발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성적순 선발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각 연맹에 가능하면 추천 규정을 쓰지 않을 것을 권고한다.

선수 보호는 중요하다. 손연재는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를 쓰는 선수다. 올해 아시아선수권, 유니버시아드 등 국내에서 열리는 주요대회와 리우올림픽 티켓이 결정되는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에이스의 컨디션을 관리하고 부상을 예방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발목 상태가 좋지 않았다면, 선수 보호 원칙에 의거해 일찌감치 추천 규정을 적용했어야 한다. 리듬체조계에서는 선발전 직전부터 일찌감치 '추천'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었다. 손연재의 실력을 의심하는 이들은 없다.

그러나 일단 매트에 나섰다면, 출전을 결심했다면, 마지막 순간까지 투혼을 다하는 것이 태극마크와 동료들에 대한 예의다. 첫날 손연재 역시 부상을 참아내며 뛰었고, 부상 우려를 불식시키며 최고점인 18점대를 찍었다. 난도를 낮추거나, 발목에 무리가는 점프나 피봇 동작을 빼거나, 수구 없이 연기하는 방법 등을 통해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열의를 보여줬다면 좋았을 것이다. 선수가 아파 진단서를 제출했고, 규정상, 원칙상 잘못된 것은 없지만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리듬체조 선배' 신수지도, 김윤희도 부상을 안고 무릎을 동여맨 채 이를 악물고 선발전을 뛰었다. 사실 아프지 않은 선수는 없다. 이틀간 경기를 모두 뛴 선수들 대부분 부상을 안고 뛰었다. 손연재의 동기인 이다애(세종대)는 일주일전 훈련중 발목을 접질렸다. 선발전 1위에 오른 천송이(세종고) 등 대부분의 선수들은 발목을 테이핑을 한 채였다. 수많은 손연재의 후배들은 오늘도 손연재를 바라보며 태극마크의 꿈을 키운다.
태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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