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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구단 웨이브즈 '아이스하키 사관학교' 3명 프로행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11-20 10:06


상무 추가모집에 합격한 이봉진, 강다니엘, 고현빈 (왼쪽부터)

국내 유일의 스포츠 '독립구단'인 웨이브즈 아이스하키단의 도전이 결실을 봤다.

웨이브즈는 20일 "웨이브즈 출신의 강다니엘, 고현빈, 이봉진이 대명 상무 지원에 합격해 아시아리그 진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상무 창단 전 아이스하키 선수의 가장 큰 은퇴 원인 중 하나가 군 문제였을 정도로 아이스하키 선수에게 군대는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와 함께 창설된 대명 상무는 가뭄 속 단비와도 같았다. 그러나 한정된 인원 탓에 그 기회를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해 상무에 지원했다가 고배를 마셨던 강다니엘의 기쁨은 누구보다 컸다. 고교 졸업 후 한국이 아닌 일본 유학을 택하며 외로운 타지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졸업 후 안양 한라 행에 실패하며 하키 인생에 일대 위기를 맞았다.

아시아리그 진출 실패 후 강다니엘은 고민 끝에 웨이브즈 입단을 결정하고 창단 멤버로 국내리그 출전 첫 시즌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리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2014 제니스 독립리그에서도 원소속팀 웨이브즈의 중심 선수로 활약하는 것은 물론 임대로 뛴 타이탄스의 통합 우승을 이끌며 베스트 포워드로 뽑히는 등 아이스하키계의 숨은 에이스로 자리를 잡았다.

평소 연습은 물론 생활 면에서도 성실하기로 손꼽히는 강다니엘은 상무에 합격하면서 그토록 원했던 아시아리그 진출과 함께 군 문제를 함께 해결하게 됐다. 그는 상무 합격 소식을 듣고 "지금까지 힘들었던 모든 일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것 같다"는 소회를 전했다.

이봉진 또한 연세대 재학 시절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인정받았지만, 작은 체격이 걸림돌이 되어 프로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이후 절치부심하며 독립리그에 발을 들인 그는 6개월간 기량을 갈고닦아 아시아리그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초 하이원에서 방출당하는 수모를 겪었던 고현빈은 은퇴와 독립리그 행을 두고 저울질하다 아이스하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북미 출신 선수들이 포진된 타이탄스에 소속되어 탄탄한 수비와 상대의 허를 찌르는 슬랩샷 등 자신만의 무기로 타이탄스의 독립리그 우승을 이끌고 베스트 디펜스에도 선정됐다.

자칫하면 스케이트를 벗고 빙판을 떠났을 고현빈은 아이스하키에 대한 열망 하나만으로 독립리그를 찾았고, 그 도전정신이 다시 아시아리그의 길로 그를 이끌게 됐다.


이번 상무 추가모집에서 지원한 인원은 총 21명, 그중 선발된 인원은 총 6명이다. 절반인 3명이 독립리그 출신이라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한 차례 좌절을 겪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아이스하키가 좋아서, 또 한 번 더 높은 곳에 도전하기 위해서 모인 독립리그 선수들에게 이번 세 선수의 상무행은 노력이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좋은 본보기가 됐다.

웨이브즈의 김홍일 대표는 "우선 아이스하키인의 한사람으로서 후배들의 군 문제를 해결해준 상무와 후원사인 대명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리고 "비슷한 기량과 가능성을 지닌 여러 후보 선수 중에서도 독립구단의 선수들을 총 선발 인원 중 반 이상 선발하게 된 데에는 부족한 환경 속에서도 독립리그를 통해 아이스하키에 대한 마지막 희망과 열정을 보여준 웨이브즈 선수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독립리그를 떠나 더 큰 무대로 가게 된 세 선수가 물꼬를 튼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독립리그에서 보여줬던 열정을 보여주길 바라며, 무엇보다 행복하게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길 기원한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 대표는 또 "자매 결연팀이었던 독립 야구단 고양원더스의 해체로 웨이브즈는 국내 스포츠 유일의 독립구단으로 남게 됐는데, 앞으로도 아이스하키는 물론 국내 동계 스포츠 발전을 위해 절대 멈춰 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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