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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24년의 한 푼 카누, 이젠 리우올림픽 전략 종목으로 육성할 때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4-10-01 06:21


ⓒAFPBBNews = News1

29일 인천아시안게임 카누·카약 종목이 펼쳐진 경기도 하남의 미사리 카누경기장.

출발이 좋았다. 이순자(36·전북체육회)가 여자 카약 1인승 5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곧바로 여자 카약 4인승 500m에서도 값진 은메달 소식이 전해졌다. 단체전 메달 획득은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12년 만이었다. 카누인들은 들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방점이 찍혔다. '육상의 꽃' 남자 100m격인 남자 카약 1인승 200m 결선에서 조광희(21·울산광역시청)가 24년 만에 금메달을 선사하는 순간, 경기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카누인들은 얼싸안으며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24년간 쌓인 한이 녹아내렸다.

왜 24년간 금맥이 막혀 있었나

카누는 독일, 헝가리 등 유럽이 초강세인 종목이다. 당연하다. 1924년부터 시작됐는데, 1983년에서야 전파된 아시아는 후발 주자일 수밖에 없었다. 아시아에선 한·중·일의 대결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구도가 바뀌었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1990년대 초반 소련 연방이 해체되면서 독립된 국가들이 아시아에 편입됐다.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부터 한국은 금메달을 구경할 수 없었다.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선 노메달에 그쳤다.

한국 카누의 노력과 현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카누인들은 유럽과의 격차를 줄이려고 노력했다. 강진선 카누대표팀 감독도 황무지를 꽃밭으로 일구기 위해 힘을 합친 '1인'이었다. 한 때 카누를 포기하려고 했던 강 감독은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2007년 자비를 들여 선수 2명과 함께 무작정 헝가리로 건너갔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자는 심정이었다. 그는 "국내 훈련만으로는 올림픽 근처에도 가지 못할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3개월 만에 놀랄만한 훈련 성과를 얻었다. 강한 자신감도 얻었다. 그저 유럽선수들에 비해 동양선수들이 체격이 작아 카누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키가 작은 캐나다 출신 선수의 경기를 보고 다시 한 번 놀랐다. 2008년에는 확신이 생겼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중국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는 장면을 지켜봤다. 그러나 현실은 또 달랐다. 결국 '돈'에 가로막혔다. 하지만 열정만큼은 뜨거웠다. 2010년 각국 정보를 캐기 위해 국제심판 자격증을 획득, 국제대회에서 심판 활동을 하면서 눈여겨 봤다. 이듬해에는 헝가리 카누코칭스쿨에서 최고 지도자 코스도 수료했다.

지난해부터 카누대표팀을 지휘한 강 감독에게 가장 아쉬운 것은 훈련 환경이었다. 태릉선수촌의 좋은 환경을 제공받을 수 없었다. 종목 특성상 선수촌과 훈련장(강원 화천)이 너무 멀다보니 촌외 종목으로 지정돼 숙식을 밖에서 해결해야 했다. 강 감독은 "화천의 한 펜션을 통째로 빌려 숙소로 썼다. 영양 보충도 잘 이뤄져야 했기에 코칭스태프가 지속적으로 정육점에 가서 점심과 저녁에 소고기를 사서 선수들에게 구워줬다"고 했다. 애로사항은 끝이 없었다. 경기력에 큰 영향을 끼치는 장비도 렌탈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선수 개인마다 1인용 보트는 보유하고 있지만, 아시안게임 때 사용할 단체 보트가 없었다. 주변 카누인들과 화천군청 등에서 보트를 대여해 줘 훈련과 경기를 할 수 있었다.

리우올림픽 전략 종목으로 육성하자


올림픽에서 카누 종목에 걸린 메달 개수는 16개다. 카누 스프린트 12개와 카누 슬라럼 4개다. 이 중에서 1~2개의 금메달만 따내도 한국 선수단에 큰 힘을 불어넣을 수 있다. 충분히 경쟁력도 있다. 한국 선수들도 이젠 유럽 선수 못지 않은 체격조건을 갖췄기 때문에 '금밭'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강 감독의 생각이다. 특히 조광희의 경우 아직 스물 한 살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카누계 박태환' 조광희와 같은 선수가 많이 나오게 하려면 대한체육회와 대한카누연맹의 과감한 투자와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국제대회 경험이다. 올해에도 선수들은 유럽에 두 차례밖에 나가지 못했다. 그나마 대한체육회와 연맹의 투자로 이뤄진 결과물이었다. 기량 발전에는 해외 전지훈련도 큰 도움이 된다. 지도자 수도 늘려야 한다. 현재 대표팀에는 전임 지도자가 전무한 상태다. 김 감독 역시 소속 팀 인천시청의 협조를 얻어 대표팀에 파견된 임시 사령탑이다. 소속 팀을 완전히 떠나 대표팀만 맡았는데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다시 소속팀 지도자로 돌아가기 힘든 현실적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여기에 무엇보다 선수 풀을 넓히는 것이 절실하다. 현재 한국에는 14개시도에 카누 팀이 있다. 선수는 300~400명 정도다. 그러나 이 숫자는 헝가리의 한 클럽팀(약 600명)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시아 정상급인 중국은 이번 대회에 50여명의 선수들을 파견했다. 그러나 한국은 17명밖에 되지 않는다. 당장 한국 카누의 목표는 상향 조정돼야 한다. 코앞에 놓인 메이저대회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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