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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대했다. 그리고 거침없었다. 오진혁(33·현대제철)이 양궁계의 슈퍼스타로서의 입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던 2007년 오진혁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고 마음먹었다. 활을 다시 잡았다. 2007년 태릉에 복귀했다. 2009년 대표팀 1진이 됐다. 그 해 울산에서 열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 나섰다. 랭킹라운드에서 하루에 세계신기록을 세번이나 갈아치웠다. 상승세였다. 2009년,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 혼성 금메달을 따냈다. 2013년 파리에서 열린 월드컵 파이널에서는 개인과 혼성을 독식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로 정점을 찍었다. 세계양궁연맹(WA)은 올해 '오진혁은 누구인가'라는 미니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그의 활약상을 조명하기도 했다.
상승세의 원동력은 담력이었다. 나락까지 떨어져본만큼 웬만한 것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스타일도 있다. 오진혁의 슈팅 자세는 한국 선수들과 다르다. 조금은 흐트러진 자세를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감을 믿고 활을 쏜다. 이날 결승전 경기에서도 잘 드러났다. 오진혁은 큰 부담감 속에 경기에 나섰다. 구본찬(21·안동대) 이승윤(19·코오롱) 등 어린 선수들과 함께 단체전에 나섰지만 4강에서 탈락했다.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 9연패 달성에 실패했다. 개인전에서는 홀로 나섰다. 결승까지 올랐다. 상대는 이승윤을 16강에서 완파한 용지웨이(중국)였다. 오진혁은 설욕을 다짐했다.
4세트가 분수령이었다. 오진혁과 용지웨이 모두 첫 2발은 9점을 맞추었다. 마지막 발을 앞두었다. 오진혁은 망설임없이 10점을 쏘았다. 용지웨이는 9점에 머물렀다. 승기를 잡은 오진혁은 5세트도 27-26으로 마무리했다. 자신의 아시안게임 개인전 첫 금메달을 따내던 순간이었다.
인천=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