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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양궁 슈퍼스타 오진혁 '국내 꼴찌에서 세계정상까지'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4-09-28 17:15


28일 인천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남자 양궁 리커브 개인전 경기가 열렸다. 금메달을 따낸 오진혁이 금메달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9.28

담대했다. 그리고 거침없었다. 오진혁(33·현대제철)이 양궁계의 슈퍼스타로서의 입지를 재확인했다.

오진혁은 28일 인천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열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양궁 남자 리커브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개인전 금메달을 안긴 그는 2년만에 다시 한 번 자신의 명성을 세계에 알렸다.

오진혁은 1998년 충남체고 2학년 시절 세계주니어양궁선수권에 나가 개인전과 단체전을 휩쓸었다. 1999년 충남체고 3학년 때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지만 이른 성공은 오히려 독이 됐다. 자만심에 빠졌다. 2000년부터 슬럼프를 겪었다.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이해 열린 종별선수권에서는 꼴찌를 했다. 불러주는 실업팀도 없었다. 상무에 입대, 군복무를 마쳤다. 하지만 제대 후에도 오진혁의 방황은 계속 됐다. 좀처럼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 2002년 부산, 2006년 도하 대회를 TV로 지켜봤다. 활보다는 술과 친했다. 운동을 그만둘까도 생각했다.

그러던 2007년 오진혁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고 마음먹었다. 활을 다시 잡았다. 2007년 태릉에 복귀했다. 2009년 대표팀 1진이 됐다. 그 해 울산에서 열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 나섰다. 랭킹라운드에서 하루에 세계신기록을 세번이나 갈아치웠다. 상승세였다. 2009년,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 혼성 금메달을 따냈다. 2013년 파리에서 열린 월드컵 파이널에서는 개인과 혼성을 독식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로 정점을 찍었다. 세계양궁연맹(WA)은 올해 '오진혁은 누구인가'라는 미니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그의 활약상을 조명하기도 했다.

상승세의 원동력은 담력이었다. 나락까지 떨어져본만큼 웬만한 것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스타일도 있다. 오진혁의 슈팅 자세는 한국 선수들과 다르다. 조금은 흐트러진 자세를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감을 믿고 활을 쏜다. 이날 결승전 경기에서도 잘 드러났다. 오진혁은 큰 부담감 속에 경기에 나섰다. 구본찬(21·안동대) 이승윤(19·코오롱) 등 어린 선수들과 함께 단체전에 나섰지만 4강에서 탈락했다.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 9연패 달성에 실패했다. 개인전에서는 홀로 나섰다. 결승까지 올랐다. 상대는 이승윤을 16강에서 완파한 용지웨이(중국)였다. 오진혁은 설욕을 다짐했다.

하지만 1세트와 2세트를 내주면서 패배 위기에 몰렸다. 양궁 개인전에서 선수들은 1세트에 3발씩 쏜다. 승리하면 승자가 승점 2점을 얻는다. 무승부는 승점 1점을 나누어 가진다. 승점 6점이 넘으면 경기가 끝난다. 1,2세트를 내준 오진혁이 3세트를 내준다면 패배를 면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3세트 3발 모두 10점을 쏘며 반전에 성공했다.

4세트가 분수령이었다. 오진혁과 용지웨이 모두 첫 2발은 9점을 맞추었다. 마지막 발을 앞두었다. 오진혁은 망설임없이 10점을 쏘았다. 용지웨이는 9점에 머물렀다. 승기를 잡은 오진혁은 5세트도 27-26으로 마무리했다. 자신의 아시안게임 개인전 첫 금메달을 따내던 순간이었다.
인천=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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