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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유도가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맏형' 방귀남(31·남양주시청)의 부상 투혼 덕분이다.
'맏형' 방귀남의 역전승에 후배들이 힘을 냈다. 김재범이 세 번째 판을 따내며 2-1 역전에 성공했고, 이어 이규원과 김성민이 한판승을 내리 따내며 4대1 역전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방귀남은 결승전에 나설 수 있는 몸이 아니었다. 오른쪽 엄지 손가락이 고장났다. 방귀남은 금메달을 따낸 뒤 가진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8강전에서 엄지손가락 탈구된 상태였다. 손가락이 빠지면서 근육까지 찢어 마취제를 맞고 출전했다"고 밝혔다. 방귀만은 오른손 엄지에 테이핑을 한채 경기에 나섰다.
단체전 8강에서 이란의 모라에이 사에이드를 상대한 방귀만은 상대의 몸에 엄지 손가락이 뒤로 꺾여 손가락이 탈구됐다. 통증이 컸지만 경기는 승리로 이끌었다. 이어 4강에 이어 결승까지 출전했다. 결승에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패배가 눈앞에 다가왔다. 그 순간 방귀만의 뇌리속에 스쳐간 단어가 있었다. '맏형'이었다. 방귀만은 "결승에서 경기 지고 있을 때 손 때문에 포기하려고 했다. 그러나 맏형으로 내가 지면 안되겠다고 싶어서 죽기살기로 싸웠다"고 밝혔다.
개인전에서 금메달 1개에 그친 한국 남자 유도는 단체전 금메달로 체면치레를 했다. 역대 최악의 아시안게임 성적표를 받을 뻔했던 위기를 넘겼다. 맏형의 부상 투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천=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