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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이었다.
피스트는 눈물이었다. 김지연(26·익산시청·세계 6위) 이라진(24·인천중구청·12위) 윤지수(21·동의대·33위)로 구성된 여자사브르 대표팀은 결승에서 중국을 만났다.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가 피스트 위에 펼쳐졌다. 그러나 마지막 한끗이 모자랐다. 7라운드까지 43-39로 앞서가다가 중국의 에이스 셴첸(세계 8위)에게 잇달아 5점을 허용했다. 44-44, 동점 상황에서 셴첸의 마지막 칼끝에 김지연을 겨눴다. 아깝게 1점차로 금메달을 놓쳤다. 태극낭자들은 인천의 복수를 기약하면서 칼을 갈았다.
태극낭자들의 칼끝은 멈추지 않았다. 7라운드에 나선 윤지수가 취안지아루이를 가뿐하게 제압하면서 한국은 35-32, 3점차로 점수차를 벌렸다. 당황한 중국은 유쉰팅을 빼고 국제펜싱연맹(FIE) 랭킹 24위 리페이를 내보내며 만회를 노렸다. 하지만 12위 이라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40-33, 7점차로 벌어진 최종 라운드에서 김지연과 셴첸, 한-중을 대표하는 두 여검객이 만났다. 중국이 매서운 추격전을 벌였다. 셴첸의 칼끝이 잇달아 김지연에게 적중했다. 8점을 내리 따냈다. 2분14초를 남겨놓고 점수는 41-41, 피스트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모두가 2달 전 수원의 악몽을 떠올렸다.
김지연은 포기하지 않았다. 2분10초 상황에서 베기를 셴첸의 몸통에 적중시키면서 기어이 득점을 따냈다. 한 치의 물러섬 없는 피스트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유효타를 뜻하는 붉은색과 녹색 표시등이 엇갈렸다. 2분4초 김지현의 베기가 또 다시 적중하면서 점수차가 벌어졌다. 셴첸이 비디오판독을 요구했으나, 김지연의 유효타만 더 명확해졌을 뿐이다. 기나긴 탐색전 끝에 김지연의 공격이 잇달아 셴첸의 몸에 꽂혔다. 45대41, 통쾌한 승리였다. 2달 전 수원의 한은 고양에서 금빛으로 탈바꿈 했다.
또 한 명의 스타도 탄생했다. 사브르 개인전에서 선배 김지연을 꺾었던 이라진은 단체전까지 석권하면서 대회 2관왕에 올랐다.
고양=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