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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북한 '역사'들이 밝힌 세계기록 비결은 '사상'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09-23 12:30


역도에서 세계신기록을 작성한 북한의 엄윤철과 김은국. 인천=하성룡 기자

남자 역도에서 세계기록을 작성한 '북한의 역사' 엄윤철(23)과 김은국(26)의 힘의 비결은 무엇일까.

엄윤철과 김은국이 2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 근처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세계신기록 수립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에서 엄윤철은 세계기록 비결을 묻는 질문에 먼저 취재진에게 질문을 던졌다. "닭알(달걀)이 바위를 깨뜨릴 수 있다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들어보지 못했다'는 답이 나오자 엄윤철은 "'닭알에 사상을 채우면 바위를 깰 수 있다'는 가르침을 김정은 최고 사령관이 주셨다. 그 덕분에 인공기를 펄럭이고 국가를 울릴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힘의 비결이다"라고 답했다.

김은국이 밝힌 신기록 비결도 대동소이했다. 결론은 '사상'이었다. 김은국은 "어릴때부터 10년동안 역도를 했다. 허리 부상으로 고통을 받았지만 김정은 최고 사령관님 사랑과 배려 덕분에 극복했다"면서 "사상으로 해냈다. 실천적 행동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힘의 비결이 무엇이든 이들의 기록은 세계 1위였다. 엄윤철은 20일 인천 달빛축제정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역도 56㎏급에서 인상 128㎏·용상 170㎏·합계 298㎏을 기록하며 북한에 인천아시안게임 첫 번째 금메달을 선사했다. 용상 3차시기에서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세계기록(169㎏)을 뛰어 넘는 170㎏을 성공시켜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다음날 김은국이 북한의 두 번째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은국은 남자 역도 62㎏에서 인상 154㎏·용상 178㎏·합계 332㎏을 기록해 정상에 올랐다. 김은국은 인상(154㎏)에서 한 차례, 합계에서 두 차례(328㎏, 332㎏) 등 하루에만 세 차례 세계기록을 작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거칠 것 없이 바벨을 들어올리던 두 역사는 기자회견에서 힘찬 목소리로 '사상'을 얘기하던 것과 달리 '한국'과 관련된 질문에는 모두 소극적으로 답했다. 질문을 받으면 머뭇거렸다. 북한 대표팀 관계자(통역사)와 조용히 얘기를 나눈 뒤 단답형으로 대응했다. 김은국은 "(한국 생활에) 불편한 건 없다. 나는 선수이기 때문에 경기하러 왔다. 그 이상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 경기는 끝났지만 남은 기간 동안 우리 선수들이 이길 수 있도록 응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생활에 대한 소감 및 남은 한국 체류 기간 동안의 일정'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다시 목소리에 생기가 돌았다. '세계기록과 금메달에 대한 어떤 보상을 받게되는가'라는 질문이었다.

김은국은 큰 목소리로 힘주어 말했다. "우리는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는다. 단 한가지, 김정은 최고 사령관께 기쁨을 드리고 전 국민에게 기쁨을 주는게 자랑이다. 그것을 위해 더 기록을 내고 더 열심히 훈련할 것이다."

북한의 '제멋대로' 행보는 이날도 이어졌다. 엄윤철이 금메달을 딴 당일, 제멋대로 기자회견을 거부한 것은 아니지만 한 기자가 질문을 하려는 순간 대표팀 관계자가 엄윤철과 김은국에게 "그만하자"고 말을 했고 김은국이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기자회견을 끝내버렸다.
인천=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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