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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이 악물고 따낸 메달, 색깔보다 값진 '투혼'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09-23 09:06 | 최종수정 2014-09-23 09:19


한국 유도가 '투혼'의 금메달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눈물없이 볼 수 없을 한편의 드라마들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유도가 열리는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펼쳐지고 있다.

극한의 고통을 참아내는 의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은 '투혼'이라는 단어로도 설명하기 힘들다.


21일 오후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유도 남자 -81kg 결승전이 열렸다. 레바논 엘리아스를 꺽고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김재범이 환호하고 있다.
인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9.21.
끊어진 손가락 인대

김재범(한국마사회)와 부상을 뗄레야 뗄 수 없다. 런던올림픽에서 한팔과 한손으로 세상을 메쳤다. 메이저대회 부상 징크스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이어졌다. 왼쪽 세 번째 손가락 인대가 끊어졌다. 테이핑을 하지 않으면 손가락을 구부리기도 힘들다. 유도복 깃을 강하게 잡는 손가락은 'S'자로 휘어졌다. 더이상 약이 들지 않아 변형 속도가 더 빨라졌다. 여기에 며칠전 마무리훈련을 하다 등에 담까지 왔다. 담을 풀어주는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폐에 가까운 부위라 근육 이완제를 맞지도 못해 고통을 참아내고 훈련을 이어왔다. 습관성 어깨 탈구로 인한 통증도 심해졌다. 그러나 부상은 그에게 연습의 훈장일 뿐이었다. '그랜드슬래머' 김재범은 아시안게임에서 2연패를 달성하며 유도 최강자의 품격을 뽐냈다. 부상은 오히려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 뿐이다.


한국 여자 유도의 간판 정경미가 '라이벌' 북한의 설경과 금메달을 놓고 남북 대결을 펼쳤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유도 -78Kg 결승전 한국의 정경미와 북한의 설경의 경기가 22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렸다. 경기에서 승리하며 금메달을 획득한 정경미가 서정복 감독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9.22/
걷기도 힘든 허리 통증

허리디스크로 인해 태릉선수촌마저 퇴촌했다. 지난해였다. 상태가 호전돼 다시 올해 입촌했지만 훈련 중 통증이 도졌다. 다리가 저리고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포기 선언을 수차례 했다. "감독님 너무 힘듭니다. 후배들에게 출전을 양보하겠습니다." 여자 대표팀의 '맏언니' 정경미(하이원)은 포기를 선언했다. 그러나 그는 서정복 감독의 설득에 결국 아시안게임 무대에 섰다. 황희태 대표팀 트레이너의 헌신적인 보살핌 덕북에 매트에 섰다. 그리고 북한의 설 경을 결승에서 꺾고 투혼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를 마친 뒤 그는 서 감독의 등에 업혔다. 60대 노장의 투혼에 정경미는 눈물이 났다. 서 감독도 눈물을 보였고 사제는 포옹으로 눈물의 금메달을 함께 만끽했다. 경기가 끝난 뒤 정경미는 말할 힘 조차 없었다. 우승 기자회견에서 목소리는 기어 들어갔다. 모든 힘을 매트에서 다 쏟아냈다. 걷기조차 힘든 상황, 그는 극한의 허리 통증을 참아내고 투혼의 금메달리스트였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유도 +78Kg 동메달 결정전 김은경과 키르기스스탄의 사르바쇼바의 경기가 22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렸다. 김은경이 승을 거두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경기 종료 후 김은경이 어깨탈골의 고통을 호소하며 괴로워하고 있다. 김은경은 준결승에서 부상을 당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9.22/
한 손으로 건진 값진 동메달

경기가 끝난 뒤 김은경(동해시청)은 유도 허리띠조차 혼자 매지 못했다. 오른팔은 '덜렁덜렁' 거릴뿐, 왼팔로 계속 허리띠를 매려 했지만 잇따라 실패했고, 주심은 예외적으로 도복을 고쳐 입지 않은 김은경에게 승리를 선언했다.


눈물과 아픔이 함께한 값진 동메달이었다. 한마디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김은경은 22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유도 78㎏ 이상급 4강전에서 일본의 이나모리 나미에게 허벅다리걸기 한판패를 당했다. 문제는 매트 위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오른쪽 어깨가 탈구됐다. 매트 위에 쓰러져 일어서지 못하던 김은경은 코치의 부축을 받고 매트를 빠져 나갔다. 재빨리 빠진 어깨뼈를 맞췄지만 극심한 통증은 어쩔 수 없었다. 모두가 기권을 예상했다. 그런데 김은경은 나지르 사르바쇼바(키르기스스탄)과의 동메달 결정전에 출전했다. 유효 2개씩 나눠갖는 접전 끝에 김은경은 경기 종료 직전 안뒤축걸기 득점을 추가해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미 어깨는 또 빠져 있는 상황이었다. 경기 중 상대 공격에 오른쪽 어깨로 매트에 착지해 또 탈구가 됐다, 그럼에도 김은경은 한손으로 마지막 힘을 다해 안뒤축걸기를 시도했고, 눈물의 동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더이상 어깨를 쓸 수 없었다. 도복을 고쳐 입지 못하는 그는 매트에서 내려와 그대로 쓰러졌다. 장외에서 어깨 치료를 받고 서야 다시 경기장을 걸어 나올 수 있었다.

'만년 2진' 꼬리표를 떼고 26세에 데뷔한 아시안게임이었다. 부상과 고통도 그의 의지를 막지 못했다. 경기후 울음을 보인 김은경은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지만 한편으로 속상하다. 어깨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경기중 어깨가 또 빠졌는데 이를 악물고 했다"고 말했다.


인천=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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