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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강' 펜싱코리아의 눈부신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정 박사의 스텝 훈련은 주로 준비 운동으로 활용됐다. 주목할 것은 음악에 맞춰 진행된다는 점이다. 비트에 맞추기 위해 자기 몸을 컨트롤하고, 팔과 다리를 동시에 쓰는 협응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음악은 경기에 맞게 3분 사이클로 끊었다. 정 박사는 "사실 3분이 쉬워 보이지만 계속 스텝을 하면 놓치는 경우도 있다. 훈련을 하면서 신체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펜싱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여기에 다양한 비트를 통해 선수들의 반응성을 체크했다"고 했다. RPM120정도 되는 곡에는 2분30초 훈련 뒤 30초 휴식, RPM130이 넘는 곡일때는 2분 훈련 뒤 1분 휴식으로 진행됐다. 선수들의 흥미를 높이기 위해 귀에 익숙한 가요와 팝을 트랙리스트에 넣었다. 씨스타의 '터치 마이 바디', 엑소의 '런' 등 인기 K-팝에 맞춰 발을 굴렀다. 선수들이 이에 어느 정도 적응되면 간단한 스텝에서 복잡한 스텝으로 방법을 바꿨다.
이 훈련법은 7월 카잔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처음 시작됐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이번 아시안게임 여자 사브르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라진은 새롭게 도입된 스텝 훈련의 최대 수혜자였다. 정 박사는 "라진이는 파워가 좋았지만, 대신 부드러움이 떨어졌다. 스텝 훈련 후 몸을 쓰는 방법이 달라졌다. 전체적인 지구력과 체력을 배분하는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타 국가에서도 진행되는 사이클 훈련 역시 체계적으로 변했다. 정 박사는 "지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젖산을 빨리 제거하거나 젖산이 늦게 쌓이는게 중요하다. 사이클을 통해 이에 대한 내성이 쌓이게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사이클 훈련은 1분 단위로 진행됐다. 보통 10초동안 강하게 페달을 밟고 50초간 휴식을 취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종목별 특성을 고려해 에뻬의 경우는 15초를 타고 45초를 쉬었다. 이렇게 5~7세트를 했다. 훈련 후에는 손가락 끝에서 젖산 수치를 추출해 선수들에 바로 제공했다. 김지연과 황선화는 전체적으로 고르게 수치가 나왔으며, 이라진의 경우 파워가 좋아 순간 속도면에서 높았다. 정 박사는 "수치를 보면 선수들의 심리적 부분까지 알 수 있다. 파워 수치 부분이 있는데 훈련이 진행될 수록 이 수치가 떨어지는 것이 정상적이다. 하지만 어떤 선수는 떨어지다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이는 심리적으로 해석하면 더 할 수 있는데 스스로를 극한까지 끌어올리지 못하고 주저 앉는 경우로 해석할 수 있다. 선수들도 이를 보면서 자신의 상태를 체크한다. 어떤 선수들은 수치가 좋아지면 자랑하고 가기도 하더라"고 웃었다.
정 박사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이 나오고 있어 기분이 좋다. 스텝과 사이클 훈련을 규칙적으로 맞추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리우 올림픽을 위해 완벽히 시스템화 하는 것이 목표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