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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포뮬러 원)은 결국 '머신빨'인가?
2014시즌 F1의 일정이 벌써 3분의 2를 넘어 막판을 향해가고 있다.
메르세데스팀은 시즌 개막전인 호주 그랑프리부터 시작해 지난 5월 모나코 그랑프리까지 무려 6번의 대회를 연달아 휩쓸었고, 캐나다 그랑프리를 건너 뛴 후 오스트리아 그랑프리부터 독일 그랑프리까지 3연속으로 정상에 올랐다.
이처럼 지난 주말까지 개최된 12번의 라운드 가운데 9라운드의 우승 트로피는 메르세데스의 듀오 드라이버 차지였다. 이 기세라면 앞으로 남은 7번의 대회 가운데 4~5번을 더 쓸어갈 것으로 보인다. 컨스트럭터(팀) 포인트 경쟁은 일찌감치 끝났고, 월드 챔피언 경쟁도 두 드라이버에게로 집중된 상태다.
주목할만한 점은 메르세데스의 일방적인 독주를 막아선 드라이버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레드불의 신예 다니엘 리카르도이다. 리카르도는 지난 6월 캐나다 그랑프리에서 로즈버그의 견제를 뚫고 메르세데스팀을 제외한 나머지 팀에서 첫 우승자로 등극한데 이어 7월 헝가리 그랑프리, 그리고 한달의 휴식기를 지난 후 지난 주말 재개된 벨기에 그랑프리에서 연달아 시상대의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며 벌써 3승째를 거뒀다. 월드 챔피언 경쟁에서도 3위까지 치고 오르며 2위 해밀턴에 35점차로 다가섰다. 메르세데스를 견제할 유일한 '희망'으로 꼽히고 있다.
반면 리카르도의 팀 동료이자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월드 챔피언에 오르며 '레이싱의 황제' 미하엘 슈마허를 이을 드라이버로 각광받고 있던 세바스찬 베텔은 올해 단 2차례 3위에 오른 것이 고작일 정도로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드라이버 경쟁에서도 6위에 그치고 있다. 이미 월드 챔피언 5연패는 물 건너간 상태다.
상황이 이쯤되다보니 F1에서 우승을 결정짓는 요소는 드라이버의 능력보다는 경주차, 즉 머신의 능력이 절대적이라는 일명 '머신빨'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사실 베텔이 혜성처럼 등장, 월드 챔프를 휩쓸기 시작하면서 이 얘기는 다시 등장했다. 여기에 동조하는 전문가들은 애드리안 뉴이라는 천재적인 기술자를 앞세운 레드불팀이 완벽한 머신을 바탕으로 지난 4년간 F1을 제패했으며 베텔은 '조연'에 불과했다고 평가절하 했다.
기술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F1에서 머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80%에 이른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만큼 드라이버의 능력치 비중은 감소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머신 규정의 대폭 변화라는 변수가 발생했는데, 결국 새로운 머신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예상대로 베텔의 실력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더불어 지난 2006년 F1에 데뷔했지만 지난해까지 8년간 단 한번도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는 평범했던 드라이버 로즈버그가 완벽하게 시즌을 준비한 메르세데스 머신을 타고 올해에만 7차례나 우승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도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하지만 베텔과 똑같은 머신을 타는 리카르도가 디펜딩 챔프와는 달리 예상 외의 선전을 펼치고 있는 점, 그리고 역대 두 차례의 월드 챔프를 지낸 페라리팀의 페라난도 알론소이 머신의 능력이 부족한 것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단 한번도 리타이어를 하지 않을만큼 꾸준한 레이스를 펼치며 랭킹 4위를 달리고 있는 것을 보면 드라이버의 능력이 얼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반증할 수 있다.
어쨌든 앞으로 남은 라운드에서 리카르도와 알론소, 그리고 베텔이 얼만큼 메르세데스의 일방적인 페이스를 견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