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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m의 레전드' 박태환(25·인천시청)이 팬퍼시픽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400m 3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박태환은 팬퍼시픽수영선수권을 앞두고 마지막까지 출전 여부를 고심했다. 자유형 400m에는 올시즌 베스트 기록(3분43초46)을 보유한 라이언 코크레인(캐나다), 2위 기록(3분43초72)의 데이비드 맥케언(호주), 3위 기록(3분43초90)의 하기노가 모두 나온다고 했다. 인천아시안게임이 3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 시즌 랭킹 1~3위가 모두 출전하는 대회는 최종 모의고사로는 더없이 훌륭했다. 런던올림픽 이후 박태환의 공식경기는 지난해 인천전국체전과 지난 7월 김천국가대표선발전이 전부다. 경쟁자 없는 국내대회 성적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이 임박한 시점의 '진검승부'에는 용기와 자신감이 필요했다. 전력 노출 우려도 있었다. 조정훈련을 거치지 않는 만큼 컨디션 조절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큰 걱정은 심리적인 부분이었다. 행여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을 경우, 자신감이 떨어질 우려가 있었다.
'챔피언' 박태환은 도전을 회피하지 않았다. 마이클 볼 감독과 의논 끝에 자신의 주종목인 400m 출전을 결정했다. 400m는 '단거리의 스피드'와 '장거리의 지구력', 레이스 운영 등 수영기술의 모든것이 결합된 '완전체' 종목이다. 베이징올림픽 챔피언 박태환이 가장 사랑하는 종목이지만 "가장 어렵다"고 말하는 종목이기도 하다.
레전드의 귀환, 인천 금빛물살 예고편
이날 오후 7시(한국시각), 박태환의 질주가 시작됐다. 첫 50m를 25초85, 빛의 속도로 주파했다. 50~100m에서 28초32, 100~150m 28초59, 150~200m 구간에서 28초70, 200~250m 구간에서 28초52, 250~300m 에서 28초57, 300~350m 구간에서 27초61을 기록했다. 350~400m 마지막 구간에선 26초99로 끊어냈다. 한달새 박태환은 또다시 업그레이드됐다. 김천선발전때 마지막 300~350m 구간을 29초대로 끊은 후 못내 아쉬워했었다. 해당구간 기록을 2초나 끌어올렸다. 특유의 뒷심이 살아났다. 전구간에서 27~28초대를 유지했다. 3분43초15, 예상을 깨고 올시즌 세계최고기록으로 우승했다. 캐나다 코크레인의 3분43초46보다 0.31초 빨랐다. 광저우아시안게임 직전 출전했던 2010년 대회보다 초 빨랐다. 스물다섯살의 박태환이 스물한살때의 박태환보다 빨랐다. 세월을 거스르는 기적의 레이스, 박태환의 용맹한 도전은 성공했다. 박태환의 자유형 400m 3연패는 세계 수영계에 깜짝 이슈가 됐다. 박태환이 자유형 100-200m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현장 관계자들은 '불참'을 예상했다. 유일한 종목인 400m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태환은 팬퍼시픽대회와 인연이 깊다. 도하아시안게임의 해였던 2006년 캐나다 빅토리아 대회 때 자유형 400m, 1500m에서 금메달, 200m 은메달을 목에 걸며 스타덤에 올랐다. 2010년 미국 어바인 대회에서도 자유형 400m 금메달, 200m 은메달로 광저우의 선전을 예고한 바 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최종 모의고사로 출전한 이 대회에서 또다시 세계적 에이스들을 모두 돌려세웠다. 한달 후 인천 박태환수영장에서 금빛 물살을 예고했다.
수영 전문 사이트 스윔볼텍스는 "내달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자신의 놀라운 재능을 완전히 펼쳐보였다. 유일하게 출전한 종목에서 골드코스트의 수영 팬들에게 인상적인 쇼를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세계 수영계가 박태환의 귀환에 환호했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