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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수많은 아시안게임을 겪었다. 영광도 있었다. 좌절도 맛봤다. 영욕의 시간들은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이제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다. 한국 육상의 베테랑 둘이 인천에서 마지막 불꽃을 불태운다. 110m 허들의 박태경(34·광주광역시청), 그리고 남자 창던지기의 박재명(33·대구광역시청)이 그 주인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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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시안게임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홈에서 열리는만큼 다시 한 번 도전하기로 했다. 기본부터 다시 시작했다. 류시앙이라는 벽을 털어내기로 다짐했다. 결국 다른 선수와의 경쟁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마음을 고쳐먹으니 훈련도 달라졌다. 즐거웠다. 아직도 현역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도 들었다. 올해 초에는 미국 애리조나로 가서 선진 훈련법을 터득했다. 다시 땀을 흘린지 3년. 이제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게 됐다. 이번 대회에서 박태경의 목표는 크지 않다. 자기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펼치겠다는 것이 목표다. 박태경은 "그동안 행복하게 훈련했다. 다른 선수들보다는 내 자신에게만 집중하겠다. 성적은 그 다음의 일이다"고 했다. 호재도 있다. 그동안 박태경의 앞을 막아왔던 류시앙이 2012년 다리 부상의 여파로 나서지 못한다. 중국의 시웬준(24)이나 마사노 겐타(21·일본) 등이 경쟁자다. 기록 상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해볼만 하다. 박태경은 "내 최고 기록이 13초48이다. 목표는 13초38이다. 이렇게만 뛴다면 금메달도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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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작년 12월 다시 태극마크를 달기로 했다. 가족때문이었다. 박재명은 2007년 결혼한 이현진씨(34)와의 사이에서 일곱살 딸 지우, 네살 아들 지환이를 두고 있다. 아내는 그의 메달 따는 모습을 잘 알지만 아이들은 기억이 없다. 이번 인천 대회는 가족들이 경기장에서 직접 지켜볼 수 있다. 아빠이자 남편으로서 가족들 앞에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마음을 다잡은 박재명은 눈코뜰새 없이 훈련에 돌입했다. 남아공과 핀란드로 날아가 카리 이하라이넨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자신감에 넘친다. 박재명은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다. 아이들과 아내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태릉=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