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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AG' 육상 박태경-박재명의 소망은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4-08-13 06:15


박재명(왼쪽)과 박태경이 포즈를 취했다. 태릉=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그동안 수많은 아시안게임을 겪었다. 영광도 있었다. 좌절도 맛봤다. 영욕의 시간들은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이제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다. 한국 육상의 베테랑 둘이 인천에서 마지막 불꽃을 불태운다. 110m 허들의 박태경(34·광주광역시청), 그리고 남자 창던지기의 박재명(33·대구광역시청)이 그 주인공들이다.

박태경은 올해로 태릉에 들어온지 15년째다. 한국 110m 허들의 간판이다. 2010년 11월 25일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13초48의 한국 신기록도 세웠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전국체전 4연패에 성공했다. 작년에는 아쉽게 대표팀 후배 김병준(포항시청)에게 1위 자리를 내주었다.


박태경. 사진캡처=박태경 페이스복
그런 그에게 아시안게임은 한이다. 금메달을 단 하나도 못 따냈다. 2002년 부산대회와 2010년 광저우대회에서는 동메달을 손에 넣었다. 2006년 도하대회에서는 4위에 머물렀다. 박태경의 앞에는 언제나 류시앙(31·중국)이라는 큰 벽이 서있었다. 류시앙은 세계 최고의 110m 허들 선수다.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아시안게임 3연패를 일구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냈다. 박태경은 류시앙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은퇴의 기로에도 섰다. 2011년 대구세계육상대회에서 준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제는 태극마크를 내려놓아야할 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홈에서 열리는만큼 다시 한 번 도전하기로 했다. 기본부터 다시 시작했다. 류시앙이라는 벽을 털어내기로 다짐했다. 결국 다른 선수와의 경쟁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마음을 고쳐먹으니 훈련도 달라졌다. 즐거웠다. 아직도 현역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도 들었다. 올해 초에는 미국 애리조나로 가서 선진 훈련법을 터득했다. 다시 땀을 흘린지 3년. 이제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게 됐다. 이번 대회에서 박태경의 목표는 크지 않다. 자기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펼치겠다는 것이 목표다. 박태경은 "그동안 행복하게 훈련했다. 다른 선수들보다는 내 자신에게만 집중하겠다. 성적은 그 다음의 일이다"고 했다. 호재도 있다. 그동안 박태경의 앞을 막아왔던 류시앙이 2012년 다리 부상의 여파로 나서지 못한다. 중국의 시웬준(24)이나 마사노 겐타(21·일본) 등이 경쟁자다. 기록 상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해볼만 하다. 박태경은 "내 최고 기록이 13초48이다. 목표는 13초38이다. 이렇게만 뛴다면 금메달도 가능하다"고 했다.


박재명. 사진제공=아디다스
박재명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창던지기 금메달리스트다. 한국 기록인 83m99도 보유하고 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은메달을 따냈다. 2011년 아시아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아시아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이루었다. 하지만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태극 마크를 대표팀 후배인 정상진(30·용인시청)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상심이 컸다. 이후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국내 대회에만 나섰다.

그런 그가 작년 12월 다시 태극마크를 달기로 했다. 가족때문이었다. 박재명은 2007년 결혼한 이현진씨(34)와의 사이에서 일곱살 딸 지우, 네살 아들 지환이를 두고 있다. 아내는 그의 메달 따는 모습을 잘 알지만 아이들은 기억이 없다. 이번 인천 대회는 가족들이 경기장에서 직접 지켜볼 수 있다. 아빠이자 남편으로서 가족들 앞에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마음을 다잡은 박재명은 눈코뜰새 없이 훈련에 돌입했다. 남아공과 핀란드로 날아가 카리 이하라이넨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자신감에 넘친다. 박재명은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다. 아이들과 아내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태릉=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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