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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톱3'손연재 '트리플동메달'의 3가지 의미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08-11 10:54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0·연세대)가 10일 막을 내린 국제체조연맹(FIG) 소피아 던디 월드컵에서 3개의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인천아시안게임의 전초전인 이번 대회에서 개인종합 3위에 이어 후프, 볼에서 동메달을 추가하며 아시아 정상, '세계 톱3'의 자리를 공고히 했다. '세계랭킹 1-2위' 러시아에이스 야나 쿠드랍체바, 마르가리나 마문과 나란히 시상대에 섰다. 순위뿐 아니라 순도면에서 박수받을 만했다. 전반기에 비해 숙련도, 완성도에서 눈부신 변화가 감지됐다. 큰 실수 없는 무결점 연기로 그간의 노력을 입증했다. 소피아월드컵 '트리플 동메달'의 의미를 짚었다.

실력-체력-정신력의 업그레이드

"누가 실수를 하지 않느냐에 따라 등수가 결정된다. 실수없는 완벽한 연기를 하는 것이 목표다." 손연재는 인터뷰때마다 실수없는 연기를 말해왔다. 약속은 지켜졌다. 실수가 확실히 줄었다. 소피아월드컵은 개인종합과 종목별 결선 경기가 이틀만에 끝나는 살인적인 일정이었다. 첫날 개인종합에서 1그룹에 속한 손연재는 오전 9시부터 포디움에 서야 했다. 새벽 5시부터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었다. 같은 1그룹에 속한 '러시아 에이스' 마르가리타 마문도 실수할 만큼 빡빡한 일정이었다. 다음날인 10일 오후 손연재는 전종목 결선에 진출했다. 종목별 사이에 숨을 돌릴 수 있는 짧은 공연이나 휴식시간도 없었다. 1분30초 동안 쉴새없이 달리고 구르며 수구를 던지고 돌리고 받아내야 하는 리듬체조 종목은 겉보기엔 우아하지만, 극강의 체력을 요하는 운동이다. 손연재는 지난 4월 페사로월드컵 직후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2~3년전까지만 해도 결선이 힘들었다. 이제는 결선도 항상 대비한다. 그러다보니 체력 훈련을 2배로 한다"고 말했었다. 이틀 연속 전종목에 출전했지만 전종목에서 흔들림 없는 연기를 선보였다. 동메달 2개를 추가했다 .

소피아월드컵에서 보여준 가장 큰 성과는 체력-집중력에 기반한 '클린 연기'다. 손연재는 10일 결선 4종목에서 큰 실수 없는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후프-볼-곤봉-리본의 순으로 이어지는 결선 무대에서 손연재는 끝까지 정확한 발끝과 안정적인 수구조작을 선보였다. 마지막 리본 종목, 장기인 피봇에서 중심축이 살짝 흔들리는 실수가 있었을 뿐 수구를 놓치거나 밸런스가 무너지는 식의, 눈에 띄는 실수는 전무했다. 러시아대표팀과 두달간 함께한 크로아티아 지옥훈련의 성과를 입증했다. 체력과 집중력에서 놀라운 향상을 보여줬다.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함께해온 트레이너 송재형 원장(송피지컬트레이닝)과 러시아 전훈 현장에서 함께해온 어머니 윤현숙씨의 동행 역시 컨디션과 집중력 유지에 큰 힘이 됐다.

러시아 에이스의 옆자리 '세계 톱3'

2012년 런던올림픽 개인종합 5위, 2013년 타슈켄트세계선수권 개인종합 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소피아월드컵에서는 개인종합 4위에 올랐다. 지난 4월 리스본월드컵에서 사상 첫 개인종합 금메달과 함께 볼, 곤봉, 리본에서 금메달을 추가하며 4관왕에 올랐지만, 러시아 에이스들이 불참한 무대였다. 러시아, 동구권 에이스들이 모두 나선 페사로월드컵에서는 또다시 개인종합 5위를 기록했다.

이번 소피아월드컵에는 야나 쿠드랍체바, 마르가리타 마문, 마리아 티토바 등 '러시아 삼총사'가 총출동했다. 매 대회 순위경쟁을 펼쳐왔던 '벨라루스 에이스' 멜리티나 스타니우타도 출전했다. 대회 직전 출전을 포기한 안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를 제외하고 전세계 리듬체조 에이스들이 모두 나선 무대에서 개인종합 3위, 동메달 3개를 따냈다. 명실상부한 '세계 톱3'다. 0.01점차로 희비가 엇갈리고, 실수 하나에 당락이 결정되는 리듬체조 종목, 촘촘한 바늘구멍 경쟁을 뚫어낸 5위에서 3위로의 약진은 놀라운 성과다. 리듬체조계에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으로 회자되는 러시아의 다음 자리를 3번이나 꿰찼다. 오는 9월 터키세계선수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도 현 위치를 유지한다면 메달권이다. 개인종합, 후프, 볼 시상대에서 쿠드랍체바, 마문과 나란히 선 손연재의 미소는 빛났다.

이번 대회 유일한 아쉬움은 18점대 점수다. 이번 대회 손연재의 최고점은 후프 결선에서 기록한 17.900점이었다. 이번대회 전관왕에 오른 '17세 여제' 쿠드랍체바는 종목별 결선에서 후프 18.600점, 볼 18.750점, 곤봉 18.800점, 리본 18.650점을 찍었다. 러시아 에이스들의 절대적인 점수와의 격차를 좁혀가는 것이 '톱3' 손연재의 다음 과제다.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적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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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개인종합 동메달 이후 지난 4년간 손연재는 계속 진격해왔다. 2011년 몽펠리에세계선수권에서 올림픽 티켓을 따냈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사상 최고 성적인 '세계 톱5'를 찍었다. 2013년 카잔유니버시아드 볼 종목에서 사상 첫 은메달을 따냈고, 타슈켄트세계선수권에서도 개인종합 5위에 올랐다.

손연재가 가는 길은 한국 리듬체조의 길이다. 인천아시안게임 리듬체조 사상 첫 금메달은 '요정' 손연재의 '버킷리스트' 1순위다. 인천에서 손연재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중국의 덩센위에다. '러시아 출신 우즈베키스탄 에이스' 엘리자베타 나자렌코바도 있다. 손연재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 지난해부터 러시아대표팀에서 함께 훈련하는 일본 에이스 미나가와 가호와 사쿠라 하야카와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소피아월드컵에서 손연재는 아시아 경쟁자들을 넘어선 '한수위' 월드클래스의 실력을 재확인했다. 런던올림픽 이후 지난 2년간 월드컵 시리즈 출전을 꾸준히 이어가며 멈춤없이 달려온 손연재의 경험치는 실전에서 확연히 달랐다. 물론 아시안게임까지 한달반의 시간이 남았고, 덩센위에, 나자렌코바 등은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들인 만큼 방심은 금물이다. 당일 컨디션, 실수 하나에 희비가 엇갈리는 예민한 종목인 만큼 예단도 위험하다. 그러나 현재 객관적인 연기력, 프로그램의 완성도, 안방에서의 확고한 목표의식까지 손연재가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만큼은 명백한 시실이다. 인천아시안게임 '요정' 손연재의 금빛 비상을 믿는 이유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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