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0·연세대)가 10일 막을 내린 국제체조연맹(FIG) 소피아 던디 월드컵에서 3개의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인천아시안게임의 전초전인 이번 대회에서 개인종합 3위에 이어 후프, 볼에서 동메달을 추가하며 아시아 정상, '세계 톱3'의 자리를 공고히 했다. '세계랭킹 1-2위' 러시아에이스 야나 쿠드랍체바, 마르가리나 마문과 나란히 시상대에 섰다. 순위뿐 아니라 순도면에서 박수받을 만했다. 전반기에 비해 숙련도, 완성도에서 눈부신 변화가 감지됐다. 큰 실수 없는 무결점 연기로 그간의 노력을 입증했다. 소피아월드컵 '트리플 동메달'의 의미를 짚었다.
소피아월드컵에서 보여준 가장 큰 성과는 체력-집중력에 기반한 '클린 연기'다. 손연재는 10일 결선 4종목에서 큰 실수 없는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후프-볼-곤봉-리본의 순으로 이어지는 결선 무대에서 손연재는 끝까지 정확한 발끝과 안정적인 수구조작을 선보였다. 마지막 리본 종목, 장기인 피봇에서 중심축이 살짝 흔들리는 실수가 있었을 뿐 수구를 놓치거나 밸런스가 무너지는 식의, 눈에 띄는 실수는 전무했다. 러시아대표팀과 두달간 함께한 크로아티아 지옥훈련의 성과를 입증했다. 체력과 집중력에서 놀라운 향상을 보여줬다.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함께해온 트레이너 송재형 원장(송피지컬트레이닝)과 러시아 전훈 현장에서 함께해온 어머니 윤현숙씨의 동행 역시 컨디션과 집중력 유지에 큰 힘이 됐다.
러시아 에이스의 옆자리 '세계 톱3'
이번 소피아월드컵에는 야나 쿠드랍체바, 마르가리타 마문, 마리아 티토바 등 '러시아 삼총사'가 총출동했다. 매 대회 순위경쟁을 펼쳐왔던 '벨라루스 에이스' 멜리티나 스타니우타도 출전했다. 대회 직전 출전을 포기한 안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를 제외하고 전세계 리듬체조 에이스들이 모두 나선 무대에서 개인종합 3위, 동메달 3개를 따냈다. 명실상부한 '세계 톱3'다. 0.01점차로 희비가 엇갈리고, 실수 하나에 당락이 결정되는 리듬체조 종목, 촘촘한 바늘구멍 경쟁을 뚫어낸 5위에서 3위로의 약진은 놀라운 성과다. 리듬체조계에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으로 회자되는 러시아의 다음 자리를 3번이나 꿰찼다. 오는 9월 터키세계선수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도 현 위치를 유지한다면 메달권이다. 개인종합, 후프, 볼 시상대에서 쿠드랍체바, 마문과 나란히 선 손연재의 미소는 빛났다.
이번 대회 유일한 아쉬움은 18점대 점수다. 이번 대회 손연재의 최고점은 후프 결선에서 기록한 17.900점이었다. 이번대회 전관왕에 오른 '17세 여제' 쿠드랍체바는 종목별 결선에서 후프 18.600점, 볼 18.750점, 곤봉 18.800점, 리본 18.650점을 찍었다. 러시아 에이스들의 절대적인 점수와의 격차를 좁혀가는 것이 '톱3' 손연재의 다음 과제다.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적수가 없다
손연재가 가는 길은 한국 리듬체조의 길이다. 인천아시안게임 리듬체조 사상 첫 금메달은 '요정' 손연재의 '버킷리스트' 1순위다. 인천에서 손연재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중국의 덩센위에다. '러시아 출신 우즈베키스탄 에이스' 엘리자베타 나자렌코바도 있다. 손연재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 지난해부터 러시아대표팀에서 함께 훈련하는 일본 에이스 미나가와 가호와 사쿠라 하야카와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소피아월드컵에서 손연재는 아시아 경쟁자들을 넘어선 '한수위' 월드클래스의 실력을 재확인했다. 런던올림픽 이후 지난 2년간 월드컵 시리즈 출전을 꾸준히 이어가며 멈춤없이 달려온 손연재의 경험치는 실전에서 확연히 달랐다. 물론 아시안게임까지 한달반의 시간이 남았고, 덩센위에, 나자렌코바 등은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들인 만큼 방심은 금물이다. 당일 컨디션, 실수 하나에 희비가 엇갈리는 예민한 종목인 만큼 예단도 위험하다. 그러나 현재 객관적인 연기력, 프로그램의 완성도, 안방에서의 확고한 목표의식까지 손연재가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만큼은 명백한 시실이다. 인천아시안게임 '요정' 손연재의 금빛 비상을 믿는 이유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