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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8시 영화 '명량'이 개봉 12일만에 역대 최단 기간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12척의 배로 300척의 배를 물리치는 '울돌목'의 기적은 대한민국 스포츠의 기적과도 일맥상통한다. '아시아의 작은나라' 한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유럽 강국들을 줄줄이 꺾고, 4강의 역사를 썼다. 런던올림픽에서 내로라하는 선진국들을 제치고 '세계 5위'에 우뚝 섰다. 라이벌들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마린보이' 박태환(25·인천시청), '피겨여왕' 김연아(24·올댓스포츠)는 열악한 환경과 조건을 극복해낸 기적같은 재능과 불굴의 투지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 '명량'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은 태릉선수촌 시사회 현장에서 선수들과 함께했다. 김 감독은 전작인 '최종병기 활' 시사회에도 김수녕 등 양궁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을 초대했었다. 장영술 국가대표팀 총감독과 순천고 선후배 사이기도 한 김 감독은 야심작 '명량'을 누구보다 먼저 대한민국 국가대표들에게 공개했다. "불가능한 싸움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가 큰 경기를 앞두고 있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뜨거운 용기를 불어넣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명량을 관람한 탁구스타 서효원은 "이순신 장군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자부심도 생겼다"며 웃었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꾼다는 대사가 가장 와닿았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이라는 어렵고 두려운 상대가 있지만, 치밀하게 작전을 잘 생각하고 대비한다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손길승 대한펜싱협회장(SK텔레콤 명예회장)은 카잔세계펜싱선수권에서 은메달 3개를 획득한 선수단과 함께 '명량'을 단체 관람했다. '세계 2강' 펜싱의 쾌거는 '명량'의 쾌거와 닮았다. 신체조건, 환경 및 지원, 동호인수에서 절대 열세인 한국이 '종주국' 유럽의 허를 찔러내고 우승하는 장면은 경이롭다. 손 회장은 평소 선수단에게 '이순신 정신'을 강조해왔다. '필사즉생'의 각오로 '백전백승'했던 충무공 이순신의 지략과 기백을 자주 언급해왔다. 단 한번의 전투에서도 지지 않았던 완벽한 준비와 치밀한 전술, 불굴의 정신력을 한국 펜싱에 접목시키고픈 열망이다. 대한민국 펜싱도 위기에 흔들리지 말고 절대적이고 압도적인 기량으로 '백전백승'하자는 이야기를 선수, 코치진에게 자주 해왔다. 여자 펜싱스타 남현희는 관람 후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에서 승리할 때처럼,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서도 모두가 안된다 생각할 때 절대 포기하면 안된다는 것, 정신력 하나면 반드시 길이 생긴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대사중에 '우리가 개고생한 걸 나중에 후손들이 알까'하는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애국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며 웃었다.
프로축구도 '명량 ' 마케팅
프로축구단도 '명량 마케팅'이 한창이다. 전남 진도 울돌목에서 가장 가까운 프로축구단 전남 드래곤즈의 올시즌 모토는 명량의 정신인 '필사즉생, 필생즉사'다. 지난 2월 새 시즌 출정식도 울돌목 앞바다에서 가졌다. 홈구장인 전남 광양구장엔 언제나 이순신 장군의 얼굴과 '필사즉생'이 씌어진 대형걸개가 나부낀다.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출정기도 어김없이 내걸린다. 지난달 30일 '명량' 개봉일에 맞춰 선수단 전원이 영화를 관람했다. 필승 의지를 다졌다.
10경기 연속 무승 부진에 빠진 부산 아이파크 역시 '명량 마케팅'으로 사기 진작에 나섰다. 10일 K-리그 클래식 20라운드, 13일 FA컵 8강전 등 FC서울과의 연속 2연전을 앞두고 '신에게는 아직 서울전이 있습니다'라는 패러디 포스터가 등장했다. 이순신 장군이 선조에게 절박한 심정으로 띄운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라는 편지를 패러디했다. 이순신 역의 배우 최민식 대신 윤성효 부산 감독의 사진을 합성했다. 수원 감독 시절 유독 서울에게 강했던 윤 감독의 '반전 승리'를 향한 염원을 담아냈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