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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깎신'주세혁의 팀플"난 이승엽보다 양준혁 스타일"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05-01 09:38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대한민국 탁구 4강이 끊어지지 않게, 바통을 이어줘야 한다."

12번째 세계선수권에 나서는 주세혁(34·삼성생명·세계랭킹)의 각오는 결연했다. '베테랑 삼총사' 오상은, 주세혁, 유승민은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탁구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년 도쿄세계탁구선수권 단체전 남자대표팀엔 주세혁이 홀로 남았다. 조언래 김민석 정영식 서현덕 등 후배들과 함께 나선 첫 세계선수권, 맏형으로서 어깨가 그 어느때보다 무거웠다. 2004년 이후 6번의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대한민국 남자탁구가 4강에 들지 않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오상은, 유승민과 은메달 동메달을 꾸준히 따내며, 중국 만리장성의 아성을 위협했다.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4강권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었다. "지금은 과도기다 . 4강을 버텨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대회까지만 버텨주면, 후배들도 경험이 생길 것이다. 일단 한번 무너지면 회복할 수 없다. 징검다리 역할을 해줘야 한다."

#. 28일 일본 도쿄 요요기경기장에서 개막한 도쿄세계선수권, 유남규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대표팀은 30일 오전까지 3연승을 달렸다. 조별리그 D조 벨라루스-스페인-스웨덴을 상대로 3승을 거뒀다. 내용면에서는 고전했다. 삼소노프의 벨라루스, 파르 케렐의 스웨덴을 풀세트 접전끝에 이겼다. 3경기에서 승리를 지킨 데는 '백전노장' 주세혁의 공이 컸다. 자신이 나간 4번의 단식에서, 4연승했다. 확실한 승점을 챙겼다. 에이스, 베테랑의 몫을 톡톡히 해냈다. "주세혁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제몫을 하는 선수, 이겨야할 선수에겐 무조건 이기는 선수"라는 강문수 남자대표팀 총감독의 예언대로였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또박또박 승점을 챙기며 , 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나는 야구로 치자면 '이승엽'보다 '양준혁' 같은 스타일이다. 독보적인 에이스로 활약할 때보다 2선에서 받쳐주는 역할을 할 때 더 편하고, 성적도 좋았다. 잡아야 할 선수는 확실히 잡자, 실수하지 말자, 내몫은 무조건 다하자고만 생각한다 ."

#. 30일 오전 10시 스웨덴전, 오후 4시30분 대만전이 릴레이로 치러졌다. '난적' 대만전은 조1위를 위해 반드시 잡아야할 경기였다. 예상외로 스웨덴에 고전했다.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서른네살 노장으로서 체력적인 부담도 컸다. 주세혁은 대만전 제1단식에 나섰다. 지친 체력은 정신력, 책임감으로 극복했다. 세계랭킹 18위 첸치엔안을 3대0으로 돌려세웠다. 기선을 제압했다. 제2단식에서 막내 정영식이 대만의 톱랭커이자 런던올림픽 4위, 추앙치유안(세계랭킹 8위)에게 0대3으로 패했다. 제3단식, '주장' 조언래가 등장했다. 반드시 잡아야할 '승부처'였다. 첫세트를 잡았다. 2-3세트를 내리 내줬지만, 마지막 4-5세트를 연거푸 따내며 3대2로 승리했다. 승리의 교두보를 확보하고, '바통'을 형님 주세혁에게 넘겼다.

#.제4단식, '세상에서 가장 믿음직한 맏형' 주세혁이 '톱랭커' 추앙치유안과 마주섰다. 파워드라이브, 강력한 랠리로 무장한 대만 에이스에 맞섰다. 역대 전적에서 4승2패로 앞섰지만 런던올림픽 이후 2연패했다. 삼세번째 대결에선 꼭 이기고 싶었다. 첫세트를 듀스접전끝에 10-12로 내줬다. 그러나 2-3-4세트를 연거푸 따냈다. 추앙치유안의 강드라이브가 주세혁의 라켓에 깎여나갔다. 모든 드라이브를 무력화시키는 '철벽'이었다. 상대의 기를 질리게 하는 '질식수비'였다. 깊숙한 롱커트도, 허를 찌르는 드라이브도 클래스가 달랐다. '팀플레이어' 주세혁이 또다시 팀을 구했다. 게임스코어, 3대1, 짜릿한 승리였다.

#. 한국은 D조 '최대 난적' 대만을 꺾고 파죽의 4연승을 달렸다. 1일 오후 4시30분 북한과의 마지막 조별리그 5차전을 앞두고 조1위를 확정했다. 유남규 감독은 "주세혁을 믿었고, 주세혁이 해줬다. 어린 선수들이 기술력은 있지만 심리적인 부담이 컸다. 세혁이가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다. 완벽한 롱커트로 제2의 전성기를 알렸다"고 극찬했다. "대만전에 사활을 걸었다. 이기면 조1위지만, 지면 조4위까지 밀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내일 남북대결을 편한 마음으로 하기 위해서도 승리가 반드시 필요했다"며 주세혁의 활약에 기쁨을 표했다. 오상은, 유승민 등과 함께 출전했던 때와는 부담감, 책임감이 다르다. 주세혁은 "긴장이 많이 된다. 상은이형, 승민이가 있어 심리적으로 편했다. 바람막이가 없어졌다"며 웃었다. 2년만에 돌아온 세계선수권 무대에서 주세혁이 세계 최고 수비수로서의 클래스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형만한 아우가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

생애 첫 주전으로 세계선수권 무대를 밟은 후배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세계 최고의 '깎신'도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나도 처음에는 굉장히 많이 긴장하는 스타일이었다. 경험이 쌓이니 좋아지더라"고 했다. "좀 부담감이 있더라도 절대 기죽지 않았으면 한다. 승패와 무관하게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지더라도 붙어서 치다 져라. 소극적으로 떨어져 치다 지면 나중에 한번 더, 똑같은 시련을 경험해야 한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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