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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플뢰레 맏언니' 정길옥(34·강원도청)이 안방에서 펜싱2강 코리아의 자존심을 지켰다.
1년만에 국내에서 열린 SK그랑프리 펜싱대회, 남자플뢰레 에이스들이 개인전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고, 단체전 8강에서 러시아에 45대38로 분패하며 메달권이 좌절됐다. 여자플뢰레 개인전에서도 '돌아온 에이스' 남현희가 32강에서, '지난해 동메달리스트'전희숙이 16강에서 탈락했다. 이날 나홀로 8강에 오른 맏언니 정길옥은 이를 악물었다. 프랑스의 이사오라 티뷔스에게 15대14 짜릿한 한점차 승리를 따내며 준결승에 올랐다. 준결승 상대는 세계 최강 발렌티나 베잘리(40)였다. 신중한 경기를 이어갔지만 섬세한 베잘리의 칼끝에 연거푸 찔리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정길옥은 4강의 기쁨보다 준결승전 결과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실 4강은 생각지도 못했다. 4강에 오를 때까지는 정말 좋았는데, 준결승에서 베잘리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치지 못해 너무 아쉽다"며 웃었다.
32강에서 남현희를 한점차 5대4로 꺾고, 준결승에서 정길옥을 7대0으로 돌려세운 불혹의 이탈리아 에이스 베잘리가 끝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4세나 어린 '세계랭킹 1위' 한솥밥 동료 아리아나 에리고(26)를 15대9로 꺾었다. 정길옥은 "베잘리는 정말 대단한 선수다. 포인트의 정확성이 뛰어나고, 플레이가 섬세하다. 나이 마흔에도 점점 더 기량이 느는 것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마흔살 이탈리아 에이스의 투혼이 서른넷 대한민국 에이스에게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을까? 정길옥은 '마흔살까지?'라는 질문에 고개를 흔들었다. 6년후 미래보다 하루하루 눈앞의 목표에 충실하겠다는 뜻이다. "일단 올해 인천아시안게임을 목표로 삼고 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라며 조심스럽게 꿈을 드러냈다.
한편 이날 열린 남자플뢰레 단체전에서는 1-2번시드 이탈리아와 미국이 16강에서 각각 브라질, 일본에 지며 조기탈락하는 대이변속에 프랑스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세계랭킹 4위 프랑스가 세계랭킹 3위 러시아를 결승에서 대접전끝에 45대 40으로 꺾었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