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여왕' 김연아가 소치동계올림픽 이후 첫 팬미팅 행사를 열었다. 김연아는 4일 오전 영등포 타임스퀘어 특설무대에서 'E1과 함께하는 김연아 선수 귀국 환영회'에 참석해 팬들과 직접 만났다. 행사는 그 동안 김연아의 활약상 및 사회공헌 영상자료들이 상영되며 팬들은 궁금한 내용을 직접 작성해 질문하는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됐다. 또한 김연아와 함께하는 레크리에이션 활동, 기부 활동 등 다양한 행사도 펼쳐졌다.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있는 김연아. 영등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3.04
"피겨 빼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 그 쪽에서 일하지 않을까요?"
'자연인' 김연아는 밝았다. '피겨여왕'의 무게를 내려놓은 그녀는 여느 20대와 다를 바 없었다. "어려보이려고 신경썼다", "스케이트가 이제 꼴보기 싫다" 등 오랜만에 선 팬들 앞에서 솔직 담백한 모습을 보였다. 김연아는 4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팬미팅을 가졌다. 화요일 오전이었지만 수백여명의 팬들이 세계를 제패한 자랑스러운 '피겨여왕'을 반겼다. 김연아의 팬들은 이른시간부터 그녀를 기다렸다. 핫핑크 트랙탑에 블랙 트레이닝복으로 멋을 낸 김연아가 모습을 드러내자 함성과 함께 일제히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지나가던 행인들도 김연아의 등장에 발걸음을 멈췄다. 김연아는 소치동계올림픽, 힐링, 10년 뒤 모습 등에 대한 질문에 솔직한 답변을 내며 팬들을 시종 미소짓게 했다.
가장 큰 관심사는 그녀의 미래다. 김연아는 소치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무리했다. 여러 갈래의 길이 그녀 앞에 놓여있다. 김연아는 "내 장점은 피겨다. 지도자를 하던, 어떤 일을 하던 피겨를 놓지는 않을 것 같다. 피겨 빼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 그 쪽 길로 갈 것 같다"고 했다. 안무가, 국제심판, 후배양성 상담가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그녀는 특별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특히 많은 이들이 예상하고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대해서는 "선수 위원 자격은 갖췄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하고 싶고 해서 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다면 10년 후면 결혼은 할 것이라 했다. "10년 후면 35세인데 그때 안하면 너무 늦은거 아닌가요?"
전 국민이 여전히 김연아가 금메달을 놓쳤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가운데, 정작 김연아는 담담한 모습이었다. 김연아는 "지금까지 나를 불쌍히 여기시더라. '억울하다, 속상하다'하시는데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저 끝났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다. 결과에 대해 되새김질 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경기 후 눈물을 흘린 사진에 대해서는 "은메달 때문에 흘린 눈물이 아니다. 참았던 것이 터졌다. 경기 전에 '금메달 안따도 된다. 간절함이 없다'고 했는데 그래도 인간인데 아쉽지 않을까 생각했다. 정말 끝나고 나니까 후련한 생각만 들더라. '내가 금메달이 간절하지 않았구나'고 생각했다. 은메달 때문이 아니라 피겨인생이 끝났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김연아는 선수 시절 최고의 경기로 이번 소치동계올림픽과 금메달을 획득했던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그리고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를 꼽았다. 이유는 '시니어 데뷔 이래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클린을 한 대회'기 때문이다. 아쉬운 경기는 꼽지 않았다. 그녀는 "실수한 적은 많았지만 크게 마음에 담아둔 적은 없다"며 '대인배'다운 면모를 보였다. 김연아는 선수생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위한 힐링의 방법으로 여행을 택했다. 그녀는 "밴쿠버올림픽이 끝난 후 캐나다 전지훈련 중 잠깐 했던 여행이 마지막이었다. 장소는 어디든 상관없다.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다. 물론 팬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김연아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편함없이 지지해주시는 분들이라 너무 감사하다. 그 덕에 지금까지 왔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김연아는 팬들에게 선물도 전해주고, 함께 게임도 즐겼다. 선수시절 보지 못했던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이 더해졌다. 김연아는 당분간 팬미팅을 몇차례 갖고, 5월 초 열리는 아이스쇼에 참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