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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9·연세대)가 인천아시안게임의 해, 산뜻한 스타트를 끊었다. 2일(한국시각) 올시즌 첫대회인 모스크바 그랑프리 종목별 결선에서 3개의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첫단추를 잘꿰었다.
지난해 모스크바그랑프리에선 개인종합 10위, 곤봉 동메달을 획득했다. 올해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개인종합 6위, 후프, 곤봉, 리본에서 3개의 동메달을 따냈다. 손연재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개인종합 우승, 후프 곤봉 금메달)을 제외하고 러시아 및 동구권 선수들이 출전하는 국제대회에서 3개 이상의 메달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5월 민스크월드컵에서 후프-곤봉 은메달, 8월 상트페테르부르크월드컵에서 후프 은메달, 리본 동메달 등 2개의 종목별 메달을 딴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시즌 첫 대회부터 안정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지난해 모스크바그랑프리에선 실수가 잦았다. 런던올림픽 직후 프로그램 난도를 올렸다. 부상치료로 인해 1월 말에야 훈련을 시작했다. 한달만에 출전한 모스크바그랑프리에서 실력을 발휘하긴 불가능했다.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손연재는 일찌감치 시즌 준비를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러시아 전훈을 통해 4종목 프로그램을 확정했다. 겨우내 러시아 노보고르스크 훈련센터에서 하루 8시간 혹독한 연습을 통해 숙련도를 끌어올렸다. 이미 한차례 난도를 끌어올렸고, 올림픽, 세계선수권에서 잇달아 '톱5'에 오르며 자신감도 급상승했다. 시즌 첫 무대에서 큰 실수없이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4종목 모두 결선 진출에 성공했고, 4종목 중 3종목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난공불락의 '러시아 삼총사' 마르가리타 마문, 야나 쿠드랍체바, 마리아 티토바 바로 다음 순위는 모두 손연재였다.
스무살이 된 손연재는 벌써 시니어 5년차다. 지난 4년간 수많은 월드컵시리즈, 올림픽, 세계선수권 무대를 통해 크고 작은 경험을 쌓았다. 슈즈가 벗겨지고, 리본이 끊어지는 돌발상황을 겪어내며 그녀는 성장했다. 노련하게 위기를 관리할 줄 안다. 1일 모스크바그랑프리 개인종합 곤봉 출전 5분전 곤봉 한짝이 천장에 걸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동료의 곤봉을 빌려들고 무사히 연기를 마쳤다. 17.900점의 이번 대회 최고득점을 기록했다.
심리적 안정감도 큰몫을 하고 있다. 올시즌 손연재는 러시아 노보고르스크 훈련센터 5분거리에 집을 '렌트'했다. 어머니 윤현숙씨와 함께 지낸다. 지난 4년간 나홀로 기숙사 생활을 해온 손연재는 '엄마'의 보살핌, 충분한 영양과 휴식을 통해 심적인 안정을 얻었다.
이번 대회 심판으로 참가한 차상은 MBC 해설위원은 "올시즌 연재의 프로그램은 더 파워풀해지고 빨라졌다. 작품성도 더 다양해졌다. 현장 심판들도 '좋은 선수'라고 말하더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김지영 대한체조협회 경기위원장 역시 "4종목 모두 작품도 좋고, 첫 대회인데 큰실수 없이 침착한 연기를 보여줬다. 올시즌은 준비도 일찍부터 했고, 마음가짐이나 자세 모든 면에서 더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손연재는 3월 이태리 페사로월드컵, 4월 독일 리스본월드컵에 잇달아 출전한다. 9월 인천아시안게임, 한국리듬체조 사상 첫 개인전 금메달을 향한 순항을 시작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