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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교성 감독이 이끄는 농심 탁구단이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농심측은 제주도개발공사와 광동제약쪽에 공을 떠넘겼다. '삼다수'가 빠져나가면서 경영이 악화됐고, 탁구단을 운영할 여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제주도개발공사 역시 탁구단 경영은 농심의 고유권한일 뿐 재인수할 근거는 없다는 주장이다. 12년간 자식처럼 탁구단 농사를 이어온 농심도, 11년전 탁구단을 만든 제주도개발공사도 모두 매몰차게 등을 돌렸다.
하루 7~8시간, 태극마크를 꿈꾸며 뜨거운 땀을 흘려온 선수들만 고스란히 희생양으로 남았다. 흉년이든 풍년이든, 농부의 마음은 한결같아야 한다. 실업팀은 어린 탁구선수들의 꿈이자, 밥줄이자, 미래다. 실업팀이 사라지면 선수들의 꿈도 사라진다. '제2의 현정화, 유남규'의 싹을 자르는 일이다. 농심은 최현진(현 대우증권 코치) 조언래(에쓰오일) 이정우(농심) 등 국가대표 에이스들을 꾸준히 배출해온 실업 탁구계의 4강이다. 삼성생명, KGC인삼공사, 대우증권 등 다른 기업구단들만큼 전폭적인 지원은 받지 못했지만, 현장의 선수들은 자존심 하나로 버텨왔다. 지난해 12월말 국내 최고 권위의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에서 절박한 투혼을 보여줬다. 남자단식 결승에서 '왼손 펜홀더' 이정우가 보여준 파이팅은 팬들 사이에 두고두고 회자됐다. 실업 6년차 최원진은 선배 이정우와 함께 나선 남자복식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감격도 누렸다.
없애기는 쉬워도 만들기는 어렵다. 아마추어 실업팀 하나 만드는데 드는 노력과 비용은 엄청나다. 지난해 11월 한양대 체조부가 해체 위기에 처했을 때, 체조인들은 하나로 똘똘 뭉쳤다. 이주형 양학선 등 금메달리스트들이 앞다퉈 서명운동을 벌이고, 칼바람 속에 '해체 반대' 구호를 외쳤다. 농심의 해체는 남의 일이 아닌 탁구계의 문제다. 눈앞의 밥그릇 싸움보다 중요한 것은 칼바람속에 서로를 지켜내는 동업자 정신이다.
'탁구인'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2월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기업의 운동경기부 설치를 촉진하기 위해 법인세 공제액을 운영비용의 50%까지 상향조정하는 등 과세 특례를 확대하자는 제안이다. 기업의 운동부 창단을 촉진하자는 취지다. 국회에선 운동부 창단을 촉진하고 지원한다는데, 정작 현장에선 있는 팀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 12년차 탁구단이 무기력하게 사라지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