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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간 소치를 뜨겁게 밝힌 성화가 꺼진다.
4년 전 밴쿠버올림픽에서 불멸의 대기록(쇼트 78.50점, 프리 150.06점·총점 228.56점)을 작성한 후 은퇴의 기로에 섰다. 사실 그 때도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했다. 1년여가 방황이 이어졌다. 그러나 떠날 수 없었다. 연습벌레의 일과표는 훈련 스케줄로 빼곡했다.
소치를 지켰고, 그녀의 인생 1막이 닫혔다. 김연아가 21일(이하 한국시각) 소치올림픽 여자피겨스케이팅 여자 프리스케이팅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올림픽 2연패보다 더 값진 은메달을 차지했다. 러시아의 홈이점과 러시아 심판은 중과부적이었다. 합계 219.11점이었다. 1위는 러시아였다.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224.59점을 기록했다. 김연아는 허무하게 웃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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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는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꿈꾸는 일상은 자유다. 가장 큰 변화는 굴레에서의 탈출이다. 선수를 하다보면 제약이 많다. 일상은 훈련에 초점이 맞춰진다. 컨디션 유지를 위해 먹는 것에서부터 자잘하게 신경써야 할 것이 많다. 김연아는 "모든 선수가 그렇듯이 그 부분이 스트레스"라고 했다. 그러나 막상 무엇을 할 지는 모르겠다는 말이 그녀의 현주소다. 김연아는 "오래 선수 생활을 해서 무엇을 먼저 할지 모르겠다. 시간이 많다. 뭐가 됐든 천천히 할 것"이라며 웃었다. 그래도 당장 찾아올 행복이 있다. 일단 후련함을 먼저 만끽할 예정이다. "경기에 대한 걱정, 다음날 훈련에 대한 걱정없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시원할 것이다."
얼음판과 함께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대목이지만 재충전 후 다시 돌아온다. 제2의 인생, 더 큰 꿈을 품고 있다. 김연아는 국제 무대를 떠나지 않을 예정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IOC는 이미 경험을 했다. 그녀는 3년 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로 프레젠테이션까지 참가, 유치 성공에 일조했다.
한 국가에 2명 이상의 IOC 선수위원을 보유할 수 없다. 문대성 현 위원의 임기는 2016년 끝난다. 그 후를 노리고 있다. IOC 선수위원의 권한은 일반 IOC 위원과 동일하다. 동·하계 올림픽 개최지 선정 등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김연아는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IOC 선수위원에 도전할 계획을 갖고 있다.
선수로서는 빙판을 떠나지만 피겨와의 완전 이별은 없다. 1년에 1~2차례 아이스쇼를 통해 팬들과도 인연의 끈을 이어갈 예정이다.
'선수' 김연아는 빙판을 떠났다. '자연인' 김연아는 여전히 대한민국의 곁을 지킨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