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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생 '마린보이' 박태환과 1990년생 '피겨여제' 김연아는 대한민국 스포츠사에 깜짝등장한 '돌연변이'다. 아마추어 스포츠의 불모지에서, 천부적인 재능, 남모를 노력으로 '기적'처럼 성장한 '신인류'는 지난 10년간 전국민의 희망이었다. '여름소년' 박태환은 열아홉 되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겨울소녀' 김연아는 스무살 되던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각각 금메달의 꿈을 이뤘다. 열악한 환경, 불리한 신체조건을 딛고 세계 정상을 꿰찼다. 세계를 호령하는 '국민남매'의 존재감은 동시대를 사는 한국인들에겐 가슴벅찬 자랑이자, 축복이었다. 어깨에 얹힌 조국의 무게를 기꺼이 감내하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언제나 눈부신 미소를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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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점이 나와 김연아의 차이다. '세계신기록'이라는 면에서 나는 아직도 부족한 선수다. 계속 그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9월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호주에서 하루 8시간, 살인적인 훈련을 이어가고 있는 박태환에게 김연아의 '세계신기록'은 여전히 가슴 뛰는 자극제다.
'박태환에게 김연아는?'이란 질문에 박태환은 서슴없이 "존경하는 동생, 위대한 선수"라고 답했다. 이보다 더 좋은 답을 찾지 못했다. "예전부터 알고, 지켜봐온 선수지만,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대한민국 최고의 '위대한 선수'"라고 극찬했다. 지난 10년간 앞서거니 뒤서거니, 성장해온 박태환과 김연아는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다. 거짓말처럼 '닮은꼴'이다. 두 선수 모두 지독한 연습벌레다. 세계 정상의 꿈을 이룬 후에도, 흔들림없이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김연아의 2연패 가능성에 대해서는 "100% 긍정"이란 말로 절대 믿음을 표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100%다. 그러나 올림픽 금메달은 경기가 끝나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한 만큼, 연습한 대로만 연기한다면 틀림없이 그에 걸맞은, 빛나는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 거라 믿는다."
1984-1988년 올림픽에서 우승한 독일의 카트리나 비트 이후 무려 26년만에 세계 3번째, 여자피겨 2연패라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는 '여동생' 김연아를 향해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4년 전 고생했던 마음과 생각들을 다시 이어가고, 다시 훈련하고, 생활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으로서 네가 돌아왔을 때,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했어. 지금까지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고생한 만큼, 이번 올림픽에서도 멋지게 보여주길 바래. 대한민국 스포츠사를 바꾸고, 피겨스케이팅이라는 비인기종목을 인기종목으로 바꾼 선수답게, 소치에서도 그 위대함을 보여줬으면 좋겠어. 언제나 누구보다 열심히 응원해왔듯이, 이번에도 열심히 응원할게. 김연아, 파이팅!"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