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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귀화한 안현수 선수는 최고의 실력을 갖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다른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다. 안 선수의 문제가 파벌주의와 줄세우기, 심판부정 등 체육계 저변에 깔려있는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하겠다."
빅토르 안의 금메달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복잡미묘하다. 에이스를 지켜내지 못한 자괴감, 부단한 노력으로 8년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탈환한 '영웅'에 대한 경외심이 혼재됐다. 버린 자식이 꽂은 비수에 찔린 참담함은, 자식을 밀어낸 이들을 향한 원망과 분노로 귀결됐다. 극렬한 비난여론 속에 대한빙상연맹 홈페이지는 문을 닫았다.
네티즌들은 3년전 안현수의 러시아행을 방관한 이들을 '악의 축'으로 지목했다. '안현수 아버지' 안기원씨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직접 지목한 '한사람'이 도마에 올랐다. 안씨는 "빙상연맹의 모든 행정을 한사람이 독점해 진행하다 보니 여러 문제 있는 코치들도 선임되고 민주적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다"(CBS '김현정의 뉴스쇼')고 했다. 이 '한사람'과 얽힌 코칭스태프의 이름이 순식간에 포털 검색창을 점령했다. 소위 '라인'에 대한 설왕설래가 오갔다. 쇼트트랙의 해묵은 파벌 논쟁, 한체대와 비한체대의 대립, 에이스와 비에이스의 대립, 코칭스태프 구타 사건, 짬짜미, 왕따 파문 등 아픈 역사들이 다시 수면 위로 불거졌다.
'당사자'인 안현수와 안현수의 아버지는 원망도 원한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빅토르 안 후폭풍'은 소치올림픽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귀화 배경을 둘러싼 강도 높은 조사도 이뤄질 것이다.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절실하다. '최고의 실력을 가진 선수가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다른 나라에서 활동하는 일'이 두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