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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의 소치 인사이드]⑤겨울올림픽 소치, '더워도 너무 덥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2-12 07:09


9일 오후(한국시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올림픽파크에서 성화를 배경으로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한국은 이번 소치 올림픽에 아이스하키를 제외한 6개 종목에 동계 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인 선수 71명을 파견했다. 임원 49명을 포함한 선수단 규모도 120명으로 역대 최대. 역대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하는 한국은 메달 12개(금 4개·은 5개·동 3개)를 수확, 2006년 토리노·2010년 밴쿠버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종합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소치(러시아)=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2.09.

소치 해안에는 어젯밤 가랑비가 내렸습니다.

금메달을 기대한 모태범(25·대한항공)의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를 전후해 시작된 비는 밤사이 대지를 촉촉히 적셨습니다. 동계올림픽이라고 해 천혜의 설원을 상상하면 오산입니다. 빙상, 컬링,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리는 흑해 해안에 위치한 소치 시내는 눈이 없습니다. 1000m 이상 산으로 올라가야 눈을 만질 수 있습니다. 캅카스산맥의 유명한 만년설입니다.

위도는 한국보다 높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와 비슷한 위치에 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요즘 기온은 최저 영하 21~22℃, 최고 영하 6~10℃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치의 해안은 한겨울에도 웬만해선 영하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아시아에서 찬 바람이 덜 불어와 따뜻합니다. 흑해 덕도 보고 있구요. 소치 시내에는 야자수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곳은 계절상 겨울은 겨울입니다.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구요. 2월 평균 기온은 최저 1℃, 최고 10℃입니다. 그런데 겨울올림픽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기온이 널을 뜁니다. 겨울치곤 더워도 너무 덥습니다.

현지시각으로 10일 기온은 압권이었습니다. 해안 클러스터의 최고 기온은 20℃, 설상 종목이 열리는 산악클러스터도 16℃까지 올랐습니다. 바다 바람으로 체감 온도는 덜하지만 하계올림픽이라고 해도 될 듯 합니다. 이상 고온은 며칠간 더 지속될 수 있다는 예보가 나와 조직위원회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물론 실내에서 열리는 해안 클러스터는 높은 기온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설상 종목은 또 다릅니다.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합니다. 작열하는 태양에 설원은 녹고, 선수들은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스키 선수들은 스키복 온도를 낮추기 위해 옷 안에 눈을 집어넣기도 한답니다. 경기가 끝나면 땀으로 범벅이 됩니다. 스노보드는 착지점의 눈이 녹아 물웅덩이로 변했습니다. 선수들이 공중에서 내려와 지면에 닿을 때 애를 먹고 있습니다. 스키점프가 열리는 러스스키 고르키 점핑센터는 착지점의 눈이 녹자 경기를 중단하는 사태도 벌어졌습니다. 당시 기온은 15℃였습니다.

조직위는 일단 많은 인공 눈을 준비해 둬 걱정은 없다고 합니다. 산악클러스터에는 특수 코팅처리된 인공 눈 저장시설이 갖춰져 있습니다. 눈 부족현상이 빚어질 경우 곧바로 경기장에 살포할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불만입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기온은 경기력과 직결됩니다. 각국 선수단이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준비 소홀, 테러 위협에다 겨울 더위까지 엄습했습니다.여러모로 소치올림픽은 화제만발입니다.
러시아(소치)=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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