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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정적인 스포츠로 인식 돼 있다.
1987년 맥주를 파는 스탠드에서 시작해 지금은 3만 명의 갤러리를 한꺼번에 수용하는 관중석을 거느리게 된 16번 홀(파3·162야드)이 백미다. 매년 맥주 파티가 벌어지고 온갖 야유가 난무한다. 목청 크고 매너 없는 갤러리가 더 환영받는다. 야구장이나 축구장처럼 시끌벅적한 응원전이 펼쳐진다.
올해도 16번 홀에서는 진풍경이 속출했다. 3일(한국시각) 열린 최종 라운드에서 크리스 스트라우드는 박수와 함성을 유도하며 과감한 퍼트를 시도했다. 극도로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쇼맨십을 발휘하며 12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그에게 우승자보다 더 큰 박수가 쏟아졌다. 3라운드에서는 '플레이어 레이스(선수의 달리기 경주)'가 벌어져 큰 웃음을 선사했다. 16번 홀에서는 캐디가 그린까지 달려가는 '캐디 레이스'를 하는 게 이 대회의 전통이다. 올해부터는 안전문제로 금지했지만 3라운드에서 재미동포 케빈 나의 제안으로 브렌든 스틸과 존 메릭이 골프백을 메고 캐디 대신 그린까지 뛰었다.선수들은 갤러리를 위해 선물도 준비한다. 올해는 라이언 파머가 100달러짜리 지폐를 스탠드에 던져 눈길을 끌었다. 필 미켈슨과 버바 왓슨은 미식 축구공과 선글라스를 선물했다. 약물 의혹을 받은 비제이 싱이 등장하자 갤러리는 "A로드, A로드~(금지약물을 복용한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라고 야유하는 팬도 있었다.
골프는 돈이 들어가는 운동이다. 여기에 '예의'와 '룰'을 강제적으로 적용한다. 결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골프를 현장에서 직접 볼때도 스트레스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마음대로 움직여서도 안된다.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하면 큰일 난다. 정해진 장소로만 다녀야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골프는 서서히 위기를 맞고 있다.
젊은층이 골프에 대한 흥미가 없다. 이는 골프 인구의 감소로 이어지고 골프 인기의 하락으로 전달되고 있는 실정이다.
피닉스 오픈의 다소 '난잡함'에 비난하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골프의 '신세계'를 보여준 케이스다. 피닉스 오픈이 보여준 과감한 변신이 골프 인기 회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회에도 이런 대회가 한개쯤 생긴다면 어떨까.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