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시작
서로를 잘 알고 있던 이들은 처음부터 마음이 잘 맞았다. 컬링에 대한 그리움이 컸던만큼 연습에만 전념했다. 한명이 부진하면 함께 힘을 모아 극복해나갔다. 맏언니가 이끌고, 동생들이 받춰주는 팀워크는 최고였다. 문제는 여건이었다. 전용 연습장이 없어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훈련하는 곳에서 컬링 연습을 하니 주변의 눈길이 따가웠다. 스케이트화가 아니다보니 모래나 먼지를 달고 링크 안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었다. 장비도 문제였다. 외국 선수들은 한경기 끝나면 브러시 헤드를 바꾸는데, 빨아서 써야했다. 때때로 외국 선수들이 버린 헤드를 주어와서 쓴 경우도 있었다. 중국 하얼빈에서 전지 훈련하는데 텃세 때문에 새벽 아니면 한밤중에 훈련을 해야했다. 캐나다 훈련 때는 훈련비가 부족해 민박집에서 직접 장보고 밥을 해먹으면서 운동했다. 그나마도 주부 선수들이 사정해가며 돈을 깎아낸 결과다. 그래도 견뎠다.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3. 기적
#4. 환희
달콤함은 잠깐이었다. 경북체육회에 패하며 태극마크를 빼앗겼다. 절치부심했다. 자신들의 손으로 다시 가슴에 태극기를 달았다. 세계선수권 기적으로 어렵게 따낸 소치동계올림픽 티켓을 다시 얻었다. 한국 컬링사에서 첫 올림픽 출전이라는 영광도 안았다. 올림픽행이 결정되자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 신세계와 KB국민은행이 후원자로 나섰다. 훈련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됐다. 둘째 임신 때문에 팀을 떠난 이현정 대신 엄민지가 가세하며 지금의 팀이 완성됐다. 올림픽에 대비해 일본, 중국, 캐나다를 돌며 해외 전지훈련을 했다. 외국의 유명 클럽팀과 연습 경기를 하고, 다양한 빙질을 경험했다. 의미있는 성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 오픈에서 강호 중국, 캐나다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11월 아시아태평양 컬링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섰다. 메달 전망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스위스, 스웨덴 중 한팀을 꺾으면 메달꿈은 현실이 된다. 그녀들은 자만하지 않고, 묵묵히 빙판위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생애 최고의 순간을 꿈꾸며 말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