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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년 첫 시험대였다.
홍 감독은 코스타리카전에서 기존 선수들의 경험과 플랜 B를 집중 점검했다. 플랜B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에 대비한 새로운 얼굴의 경쟁력이다. 첫 단추는 무난했다.
선수포인트는?
이날 최전방에는 김신욱과 이근호, 좌우 날개에는 김민우(24·사간도스)와 고요한(26·FC서울)이 낙점받았다. 박종우(25·부산)와 이명주는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 포진했다. 좌우 윙백에는 김진수와 이 용, 강민수(28·울산)와 김기희(25·전북)가 중앙수비에 섰다.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김진수와 이 용은 설명이 필요없다. 둘은 경기 초반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날개도 눈에 띄었다. 고요한은 김신욱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홍심'을 자극했다. 오랜만에 기회를 잡은 김민우도 제 몫을 했다. 단 전반 35분 골키퍼와의 1대1 찬스를 놓친 것은 옥에 티였다. '더블 볼란치'에는 박종우의 투지가 돋보였다. 중앙수비는 코스타리카의 공격이 활발하지 않아 볼 잡을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큰 실수없이 안정적으로 플레이를 전개했다. 김태환(25·성남) 이승기(26·전북) 송진형(27·제주)이 차례로 교체투입됐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전술포인트는?
홍명보호의 기본 포메이션은 4-2-3-1 시스템이다. 원톱 바로 밑 2선에 3명이 포진, 공격을 지휘한다. 홍 감독은 투톱 카드도 머릿속에 그렸다. 예상대로 최전방에 김신욱과 이근호가 섰다. 4-2-3-1과 4-4-2 시스템의 혼재였다.
공격의 축은 '빅&스몰' 김신욱과 이근호(29·상주)의 조합이었다. 하지만 명암은 엇갈렸다. 김신욱과 이근호는 원톱과 투톱으로 번갈아 위치하며 상대 수비수들과 상대했다. 김신욱의 상승세는 계속됐다. 원톱 부재의 홍명보호 공격에 활력소였다. 아스널에서 설 자리를 잃은 박주영(29)의 첫 번째 대안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고공 플레이 뿐 아니라 발기술과 동료와의 연계플레이도 향상됐다.
1m77인 이근호는 달랐다. 코스타리카전에선 김신욱의 그늘에 가렸다. 위치 선정에 실패했다. 중앙과 측면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김신욱의 높이를 활용한 플레이가 더 위력적이었다.
수비시에는 트레이드 마크인 압박이 살아나면서 효과적으로 상대의 예봉을 차단했다. 측면의 고요한과 김민우는 윙백도 소화할 수 있다. 둘의 활발한 수비 가담도 팀의 윤활유였다.
보강포인트는?
비시즌인 것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선수들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골결정력은 숙제로 남았다. 상대는 후반 2명이 퇴장당했다. 수적 우세에도 한 골밖에 넣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었다. 상대 문전에서의 세밀함과 패스 정확도도 떨어졌다. 공격 전환시 집중과 선택을 물론 완급 조절도 필요하다. 하지만 단조로운 패턴의 공격으로 상대 수비라인을 쉽게 무너뜨리지 못했다. 공격 조직력은 보완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홍 감독은 비교적 만족했다. 그는 "시즌 첫 경기이기 때문에 내용과 결과가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브라질 전지훈련부터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짧은 기간에 많이 올려놨다. 경기에 앞서 70% 정도의 능력을 보이면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 이상을 해준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수비적인 부분이 잘 됐다. 상대의 빠른 공격을 적절한 타이밍에 차단했다. 다만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코스타리카를 넘은 홍명보호는 멕시코(30일·샌안토니오)와 미국(2월 2일·칼슨)전이 기다리고 있다. 홍 감독은 "일단 어떤 선수를 내보낼지 정해지지 않았다. 오늘 나갔던 선수들이 또 뛴다면 조직적인 부분에서 좋아져야 할 것이고 새로운 선수들이 출전하더라도 기존의 틀 안에서 능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두 팀이 모두 강한 상대지만 남은 기간 잘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